동백 ​

by 김지숙 작가의 집

시집詩集 『서랍 속의 시詩』




남들 오지 않는

한 겨울 바닷가

기도처럼 피어 있는 꽃

온 하늘 가득

눈발이 날리고

뜨거운 마음은

초록 치맛단 속에서

꽃을 피웠다

먼 곳까지 마중 나와

눈 속에서 불덩이 터지니

어느새 언 겨울이 다 녹아버린

이 뜨거운 꽃 이름은 동백




거제도에 낚시를 자주 다닌 적이 있다 부산에도 동백섬이 있어 동백꽃이 피어 자주 다닌 적이 있지만 부산의 동백섬보다 거제도를 더 자주 다녔다 그래서인지 이즈음 거제도 해안가를 달리면 오래된 도로가에는 오래 묵은 동백꽃을 만난다

정확한 지명을 말할 수는 없지만 해변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수령이 꽤 되는 동백나무 군락지를 만났다 자연적으로 형성된 나무라 가지가 여러 갈래로 나뉜 매우 복잡한 모양을 하고 서로 얽혀 있지만 토양이 좋아서인지 사람 손이 닿지 않아서인지 꽃을 많이 피우곤 했다

동백은 추울 곳에서 필수록 더 붉은빛을 띤다 눈 내리는 날이면 눈 속에 핀 동백꽃을 본다면 동백꽃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동백꽃은 색깔마다 다른 꽃말이 있다 붉은색은 애타는 사랑 흰색은 그대를 사랑해 분홍색은 굳은 사랑으로 대체로 사랑의 긍정적인 면을 뜻한다

동백꽃 가지 사이에 작은 동박새들이 무리 지어 살기도 하는 동백은 열매를 짠 기름은 천식치료에 꽃은 지혈 혈액순환에 동백잎은 골다공증 두경부암 세포 억제에 껍질은 구강암 억제에 좋다고 하니 동백은 어느 하나 버릴 게 없는 귀한 식물인 셈이다

동백은 꽃째로 뚝뚝 떨어지는 꽃이라 옛날 양반 집안에서는 역모죄로 처형당한 모습이라 키우지 않는다고들 한다 복사꽃은 며느리나 딸이 바람난다고 능수버들은 머리칼을 풀어헤친 귀신같다고 수국도 변심을 뜻하니 집안에서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사람 마음은 참 간사하다 예쁜 꽃을 집안에서 키우지 않는 이유가 구차하기만 하다 또 그렇게 명명 당하는 꽃은 무슨 죄인가 저렇게 예쁘기만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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