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비

by 김지숙 작가의 집

시집詩集 『서랍 속의 시詩』



겨울비





천천히 오는

반가운 사람처럼

가지런히 내린다



온종일 빗속에서

젖지 않는 것은

검은 구름 뿐이다


작별하러 온 겨울이

비 되어 내리는 날은


마을 어귀에 불쑥

커다란 그리움 하나


흠뻑 젖은 몸으로 서서

나를 기다린다




비내리는 날 우산을 쓰면 비는 덜 맞지만 마음에 내리는 비는 어쩔 수가 없다 그래서 비가 내리면 길가의 가로수도 나무도 플꽃도 집들도 다 젖어 슬픈 마음으로 보면 눈물이 흐르는 것처럼 보이고 자연히 감성적이 된다 나는 그렇게 감성적이지는 않고 싶다

그렇지만 비가 내리는 날 가만히 앉아 창밖으로 내리는 비를 보기도 하지만 우산을 들고 훌쩍 밖으로 나가면 좀 더 비를 가까이서 더 잘 느끼고 싶다

누구에겐가 비는 성가스럽고 누구에겐가 비는 또 감성을 자극하는 존재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비는 이들의 마음과 무관하게 내렸다가는 그치고 또 내리곤 한다 천천히 때로는 스콜처럼 급하게 왔다 가기도 한다 비에 대한 생각은 창안에서 내리는 비를 바라보느냐 아니면 우산도 없이 비를 맞느냐의 경우는 큰 차이를 갖는다

사람이 살아가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인생을 살면서 창밖에서 희노애락을 바라보는 것과 우산도 없이 온몸으로 그 많은 희노애락을 맞으면서 사는 것은 결과적으로 정말 다른 인생을 살아거는 것이리라

직접체험과 간접체험 혹은 드라마나 한편의 영화 속에 푹 빠져 경험하거나 혹은 실전으로 체험하거나 어느 쪽이 더 좋은 지는 알 수 없지만 대부분은 직접적으로 좋은 것은 겪고 싶고 나쁘고 힘든 것은 간접적으로 겪는 것을 택할 것이다 할 수만 있다면 나 역시도 그랬을 것 같다 하지만 비 개인 뒤의 푸른 하늘 맑은 바람 시월한 그늘 새로 돋아나는 새순들을 보지는 못할 것이다 그래서 어쩌면 공평한 것인지도 모른다

겪어봐야 어려운 줄 할고 귀한 줄 안다 겪어봐야 사람이 된다고들 말한다 아파봐야 건강의 소중함을 알고 잃어봐야 귀한 줄 알고 떠나봐야 아쉬운 줄 안다는 그 평범한 말들 속에서 비를 맞아봐야 비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게 된다는 말을 더하게 된다

비에 젖는 것은 쓸쓸하지만은 않다 그렇다고 추운 것만도 외로운 것만도 산만한 것만도 아니다 퍼붓는 비 속에서는 그저 생존을 생각할 뿐이다 그러나 적당히 내리는 비에는 여유롭고 평화로운 반가움도 없지 않다

비는 살아가는 동안 언제나 맞을 수 있다 때에 맞춰 우산을 준비한다면 덜 젖을 수 있다 인생의 비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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