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지난 날이 내게 말했다』
고등어 요리
요즘도 고등어는 낚시로도 잘 잡힌다 이 동네 낚시꾼도 고등어를 잡았는지 장만하던 도마 옆에 고등어의 잔해물들이 남아 있다
한창 자랄 적에 낚시를 다녀오신 아버지의 고기 망태기 안에서 배를 가른 제법 큰 고등어가 서너 마리 많을 때에는 작은 망태기에 얼음과 섞여서 가득 담겨 온 적도 있었다 물론 다른 고기들도 간혹 섞여 있었는데, 노래미 도다리 들도 낱마리씩 담겨있었다
엄마는 고등어 해체 작업을 했다 반으로 갈라 소금을 쳐서는 노릇하게 구워 먹기도 했고, 잘 씻은 묵은 김치를 냄비 바닥에 깔고 옆으로 어슷 썰어 고춧가루 마늘 파 양파를 얹어 한소끔 끓여 내어 고등어 묵은지 찌개를 만들어 먹기도 했다
그런데 우리들은 고등어 완자를 선호했다 껍질을 벗기고 살만 발라서 다진 다음 마늘 파 양파 약간의 전분과 계란 젓갈 생강 후추 소주를 조금 넣고 끈기가 나도록 치댄다 끈기가 나면 동글동글 모양을 잡아서 180도에 기름에 튀겨낸다
그때만 해도 케첩이나 마요네즈가 시중에서 파는 거의 유일하다시피 한 소스였고 지금처럼 다양하지가 않았다 요리에 관심이 많았던 엄마의 식탁에는 케첩이나 마요네즈는 늘 곁에 있었다 계란 볶음밥 계란말이에도 이 케첩이 따라다녔다
고등어 완자에는 반반 섞어서 찍어 먹었다 여기에 간혹 매실청을 넣거나 혹은 사과 배가 많이 나는 철에는 과일을 갈아 넣기도 했다 그런데 이 맛이 가끔 생각난다 정말 맛있었기 때문이다 싱싱한 고등어 살이 콩기름에 튀겨져 나오는 맛은 먹어보지 않으면 그 오묘한 맛을 모른다
고소한 맛에서 툭 튀어 오르는 또 다른 한 가지 맛, 정확하게 말로 표현할 수 없지만 어떤 튀김에서도 느낄 수 없는 독특한 감칠맛이었다 꽤 오랫동안 많은 양의 고등어를 잡아온 날은 고등어 완자를 했기 때문에 그 속에 들어가는 것을 기억하지만 내 손으로 직접 한 번도 만들어 먹지는 않았다 번거롭기도 하고 콩기름을 요즘은 먹지 않기 때문에 그 맛을 되살릴 자신도 없었기 때문이다
가끔씩 다른 집의 식탁에서 혹은 밥상에서 생선 완자 튀김을 대할 때마다 나는 엄마가 만들던 고등어 완자 튀김의 맛을 찾는다 그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줄 알면서도 혀가 기억하는 그 맛을 찾아 맛의 기준을 거기에다 두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