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詩集『봄봄 봄봄』
청춘
돌아보면 지나온 시간들은
밤하늘 별처럼 아득한데
바람처럼 소나기처럼
일순간에 왔다가 사라지는
간이역을 지나는 기차처럼
푸른 시간들이 눈앞을 흔들며
또 다른 나를 부른다
꽃인 줄 모르고
희망인 줄 모르던 날들이
가만히 지나간 그 자리에
한가득히 앉아 있는 수많은
시간의 주름들
젊은 시절은 시간도 잘 안 가고 하루가 참 길었다 무엇을 해도 여러 가지를 충분히 할 수 있는 긴 시간을 누렸다 그래서인지 시간이 참 더디게 흘러간 것처럼 느껴졌다 청춘이란 젊은 마음이다 무엇인가를 열심히 해보고 실망하고 절망하고 그리고 특특 털고 일어나서 다시 시작하고 그래도 그래도 시간은 충분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부터는 젊은 시절 이름을 날리던 사람이라도 보통의 젊은 사람을 따라갈 수가 없다 하지만 여전히 자신이 젊은 시절 한창일 때의 그 시절을 살아가는 줄 착각한다 애석한 일이다 시대를 호령한 영웅도 나이가 들면 보통의 젊은 사람들에게도 뒤처진다 인정할 것을 인정하고 나면 사는 일이 쉬워진다
무엇을 하는데도 나이가 들면 할 수 없는 일이 많다 반면 늙어가면서 자신을 안다면 좀 더 현명하고 좀 더 가치 있는 삶을 위해 노력하는 방법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것을 실천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별 도움이 되지 않는 많은 것들로 머릿속이 꽉 차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이가 들면 말이 많아진다고들 한다
청춘시절에는 언제 나이가 들까 궁금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서는 그런 염려를 하지 않는다 두 번 다시 젊어질 수도 그 시절로 되돌아갈 수도 없다는 것을 너무 잘 알기 때문이다 나이답게 산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나이답게 살아가고 싶다 좀 더 의연하게 좀 더 지혜롭게 좀 더 도움이 되게 좀 더 좋은 말과 행동을 하면서 후회되지 않게 살아내고 싶다
사람들이 걱정하지 않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새롭게 알아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중요한 것을 잊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 더 중요한 때이다 그러기 위해서 스스로에게도 좀 덜 탐욕스럽고 좀 덜 추구하고 좀 덜 어리석고 좀 덜 열심히 말하며 좀 덜 보고 좀 덜 듣고, 좀 더 만족하며 좀 더 명랑하고 좀 더 우아하게 좀 더 칭찬하며 시간의 흐름에 변하지 않는 진심으로 살아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