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

by 김지숙 작가의 집

시집詩集『봄봄 봄봄』




골목






길을 나누고

꽃도 키우는 골목에서

옥신각신 엿판이 열리면


리어카 밀던 연탄장수도

구슬진 땀을 닦으며

엿판에 둥글게 모여 달콤했다


종종 목줄 풀린 개들이

집밖으로 뛰쳐나와

온 동네를 휘젓고 다니는 동안


골목과 골목 사이로

사람들의 이야기꽃은

해가 지도록 멈추지 않았다


동갑내기 아이들의 키처럼

고만한 크기의 골목에는

바람소리 발자국소리 웃음소리도

나누는 낡고 오래된 길들이

외로움을 참고 있다




오래된 마을을 자나다 보면 처음 가는 곳이라도 왠지 다정하고 평화롭다 그런데 오래된 골목들은 점점 사라지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도 사라진다 얼마 전에 간 적이 있는 골목도 몇 해가 지나고 나면 바뀌어 있다 골목길을 속속들이 지나다니는 맛은 아는 사람만 안다

인기척이 없는 동네를 이리저리 기웃대다 보면 개도 고양이도 사람도 만난다 만나지 못하기도 한다 스산한 골목이 있는가 하면 해가 발라 따뜻하고 온기가 느껴지는 골목도 있다 이런 골목에 들어서면 골목이 환호하는 것 같다 <나 너무 심심했어 왜 인제와>라고 말하는 것 같다

낡고 오래된 건물사이를 환하게 밝히는 것은 담장에 그려진 그림도 아니고 게으른 고양이 울음소리도 아니다 사람들이 잘 가꾼 작은 마당이고 담장 옆에 겨우 붙어 있는 꽃들이 피운 꽃이다 대개의 집들은 그 크기에 맞는 마당을 가지고 있고 그 집 마당은 집주인의 취향대로 꽃이건 식물이건 시멘트바닥이건 마무리되어 있다

오래된 집을 돌아다니면서 그런 풍경들을 바라보는 재미도 솔솔 하다 이 집주인은 이것이 저 집주인에게는 저것이 정말 소중하구나 생각하면서 사람마다 모두 제각각의 삶을 살아간다는 것을 느낀다 골목은 공유하는 사람들의 느낌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 집이 담벼락에 봉선화꽃을 심으면 맞은편 집도 그렇고 앞집 뒷집 경쟁하듯이 모두 꽃을 심는다 그리고 다른 골목은 아무런 장식 없이 블록담이 연이어 있으면 맞은편 집도 마찬가지다 또 다른 골목은 돌담으로 이어지고 능소화가 피어 내리면 옆집도 앞집도 뒤집도 능소화를 담벼락에 올린다 사람마음은 참 그런가 보다

경쟁심리를 부추기는 것도 골목의 마음이 아닐까 아무것도 하지 않은 척 점잖은 어른인 척 하지만 사실은 그 골목을 끼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주도하는 대장이다 사람들은 이 골목대장을 잘 만나야 멋지게 잘 살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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