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詩集『봄봄봄』
모자帽子
모자帽子란 모자 모帽에
아들 자子를 쓴다
모자帽子라는 말을 찬찬히
뜯어보면 참 재미있다
햇빛을 가리기 위해
머리에 쓰는 물건이지만
아들 자子를 왜 쓰는 것일까
남자 여자 종자 효자에도
모두 자子가 들어간다
모자를 쓰면
하늘이 잘 보이지 않는다
자식을 머리에 이고 있어도
하늘이 잘 보이지 않는다
모자를 쓰면
그 무게를 견뎌야 한다
머리에 얹고 그 무게를 견뎌야
모자도 자식도 높이 솟아
천천히 빛이 난다
모자를 쓰면 잘 어울리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는 사람이 있다 그래서 모자를 쓰고 싶어도 어지간해서는 잘 쓰지 않는다 날이 너무 춥거나 해가 쨍할 경우를 제하고는 대체로 모자를 쓰지 않고 지낸다 그런데 모자를 쓰면 참 괜찮아 보이는 사람들도 있다
한여름 땡볕에 가릴 것 없이 내리쬐는 직사광선에서는 모자가 지닌 위력은 대단하다 한겨울 바람이 쌩쌩 불면 귀가 떨어져 나갈 만큼 추워도 모자를 쓰면 대개 견딜만하다 모자는 맨 처음 누가 쓰기 시작했을까 요즘 같은 모양으로 진화하기까지 사람들은 얼마나 많은 고심을 했을까 처음 모자를 쓰고자 한 사람의 생각이 기특하다
장갑만큼이나 유용한 것이 모자이다 물론 멋으로 쓰는 모자도 있다 정말 멋쟁이들의 패션의 마지막은 모자로 완성된다고 할 만큼 모자가 지닌 매력을 모른 척할 수는 없다
대표적으로 모자와 관련된 그림은 앙리 마티스의 <모자를 쓴 여인>(1905)이다 이 여인의 밝고 아름다운 색채의 옷을 입고 있는데 이런 색들이 생소한 느낌이 들고 화려하기까지 하다 얼굴의 표정도 여러 색들로 어우러져 마치 옷과 얼굴이 하나의 느낌을 전달하고 있다 얼굴에 비해 너무도 큰 모자를 쓰고 있는 명화 속의 여인들을 보면서 당시 여인들의 위상이 모자의 크기로 드러나는 것은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모자가 지니는 품격은 그다지 변하지 않는다
<모자미인>이라는 말이 있다 별 예쁘다는 생각이 없었는데 모자 하나를 머리에 얹고 나면 전혀 다른 사람처럼 품위와 지성과 아름다움이 겸비된 얼굴이 되고 광채가 난다
모자는 흔히 생명의 능력과 죽음을 식별하는 자유를 상징하며 청춘과 권리를 상징하고 조직에 대한 충성을 상징한다 그래서 체육행사나 운동 경기에서 단체로 모자를 쓰고 등장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상징성과 무관하게도 모자는 그 사람의 직업이나 지위를 드러내기도 한다 요즘은 군인이나 경찰 등이 대표적으로 모자를 직용 하지만 이전에는 선비의 모자 갓이 있고 보부상이 쓰는 패랭이가 있고 장원급제한 선비는 어사화로 모자를 장식하기도 했다 고대의 왕들은 두건과 왕관을 쓰곤 했다
요즘 사람들은 멋스럽게 쓰는 중절모 베레모 헌팅캡이 있고 자신의 성향에 따라 자신을 가장 잘 드러내는 모자를 쓰기도 한다 나이가 들면 머리숱이 사라지는 것을 숨기려고 모자를 쓰곤 하지만 요즘은 아예 가발을 모자처럼 만들어 쓰기도 한다
가장 잘 어울리는 모자를 찾지 못하다는 것은 혹은 어떤 모자도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은 가장 잘 어울리는 삶을 살아보지 못한 것이거나 아직 찾지 못한 것은 아닐까 모자는 어쩌면 자신의 인생을 가장 잘 대변할 수 있는 자신과 동급인 장식품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