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소리

by 김지숙 작가의 집

시집詩集『봄봄봄』




종소리




노부부가 사는 집에는

군데군데 긴 줄이 걸린

서로 다른 종들이 달려 있다


부엌에 있는 종이 울리면

밭일을 나간 사람들이

밥을 먹으러 들어오고


현관의 종이 울리면

하루 일과를 모두 끝내고

집으로 돌아왔다는 말이다


노인이 사는 집에는

문을 여닫거나 수저를 챙기는

사소한 소리들이 들리지 않는다


그래서 음색이 다른 종소리가

횟수가 다른 종소리들이

그 사이사이를 깊이 파고들어

삶의 행간을 되찾은 젊은 귀가 된다




나이가 들면 움직임이 느리다 그래서 짧은 거리를 가더라도 시간이 오래 걸린다 젊은 시절에 걸리는 시간의 몇 배가 걸리기도 한다 나이가 들수록 더 심해진다 그래서 나이가 들면 하는 일이 없어도 세월이 너무 빨리 간다는 말이 그 말이다

노부부가 사는 어느 집에 초대받고 갔다 나이가 정말 많이 든 그 집에 사는 노부부는 집구석구석에 정말 종이 매달려 있었다 조금 큰 종이 현관에 달려 있고 식탁에도 화장실에도 작은 종이 달려 있었다 현관 입구의 종은 몇 번 치느냐에 따라서 점심인지 참 먹는 시간인지 차를 마시는 시간인지를 가늠하는 것이었다

사람들에게 종소리가 이렇게 가다 오기도 하는구나 싶었다 하지만 그 연세에 요양원에 가지 않고 두 사람이 마을을 지키는 노거수처럼 늙어가는 모습에서 종소리도 단단히 한몫을 하는구나 싶었다 나름 현명하게 늙어가는 방법을 찾은 듯 보였다

두 사람 다 귀가 먹어 대화가 잘 되지는 않아 밥 먹자 고함질러 부르지 않아도 되고 화장실 종소리는 무사히 볼 일을 무사히 다 봤으니 걱정 말라는 신호도 되고 잘 다녀왔다는 소리도 되는 종소리가 참 다른 의미들을 가져다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존과 연관된 그분들의 종소리는 삶 속에 깊이 파고들어 노부부와 함께 살고 함께 늙어간다 종소리가 통역관이고 효자노릇을 한다 그렇게 종소리로 서로 소통을 하면서 서로를 의지하면서 연리지되어 살아가는 모습들을 보며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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