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詩集『봄봄봄』
봄
따뜻한 햇살로
첫 매화 꽃잎으로 너를 만난다
눈길 닿은 곳에서 피고
생각이 머무는 곳에서
그리움으로 쌓인 눈처럼
너는 연분홍 하늘을
이고 선 나무가 되기로 한다
볕이 잘 드는 들판 한가운데서
무작정
푸른 잎을 단 그리움이 되기로 한다
봄이 되면 생각보다 자주 꽃들이 몸살을 한다 겨우내 앓던 추위가 얼음을 녹이면서 꽃도 나무도 새로운 환경을 받아들이느라 힘이 들다 한겨울을 잘 견디다가도 갑자기 봄이 되면 이유를 모르고 즉어나가는 나무도 꽤 있다 겨울을 나기가 쉽지 않지만 봄을 맞이하는 일도 쉽지 않다
겨우내 새소리가 단촐했다면 봄에는 새소리도 경쾨하고 다양하다 아직은 봄이라고 말할 수 없지만 군데군데 매화가 피어 눈앞을 몽롱하게 한다 매화가 피면 내게는 이미 봄이다 매화가 필 즈음 언제나 기븐 일들이 있었다 그래서 매화가 피는 무렵에는 무슨 좋은 일이 자꾸만 생길 것 같은 기대로 살아간다
봄을 좋아한다 그래서 새로 시집을 낸다면 시집이름은 <봄봄봄봄> 이다 보고 보고 보고 또 봐도 봄이 좋다 봄을 바라는 일이 좋다 어쩌면 봄바라기인지도 모른다 조금 들뜬 기분이 되기도 하고 소다를 떨려고 괜히 가만히 잘 사는 친구를 들쑤셔 만나서는 이리저리 쏘 다닌다
봄이 오면 할 일이 너무 많다 그렇다고 밭을 일군다거나 꽃을 사다심는 일을 하는 것을 빼 먹지는 않을 것 같다 비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커다란 우산을 쓰고 봄비를 맞고 걷고 싶다 날 수는 없지만 가벼운 봄비를 맞으며 저공 비행을 하고 싶다
어릴 적 친구도 불러서 만나고 가끔은 산나물도 캐러가고 꽃샘바람에 봄눈에 춥다며 호들갑을 떨고 따뜻한 아랫목에 손을 녹이며 이야기 꽃을 피우고 싶다 봄은 기다리자 않아도 오지만 늘 기다려진다 겨울이 추울수록 봄은 더 기다려진다 봄을 기다리는 마음은 유리창을 닦기도 하고 새 신발을 사기도 하고 꽃밭을 만들기 위해 꽃씨를 사서 불리기도 말리기도 한다
꽃삽도 화분도 준비하고 꽃씨 속에 숨어 있는 꽃들의 얼굴을 미리 상상해 보기도 한다 내 앞에 다가오는 따뜻한 날들을 만나기 위해 마른 가지 속에서 서서히 다가오는 새순을 맞기 위해 깊은 땅 속에서 곤충들이 기다리는 따스함을 위해 기다리는 사람이 많을수록 봄은 온 힘을 다해 우리에게로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