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詩集『봄봄봄』
엄지장갑
꽁꽁 언 두 손을 감싼 장갑은
늘 길 목줄을 하고 양쪽으로 늘어뜨린 채
한겨울 내내 함께 다녔다
엄마의 솜씨로 짠
분홍 초록이 뒤섞인 봄꽃인 듯
엄지만 따로 볼록 나온 엄지장갑은
겨울옷 위에 핀 겨울꽃이다
어릴 적 엄마는 겨울이 되기 전 털실을 사다가 스웨트를 뜨고 좀 더 자라서 못끼게 된 장갑을 풀어 다른 색을 섞어서 좀더 크게 장갑을 떠서 줄을 달고 양 호주머니에 넣어주곤 했다 어쩌다가 옷이며 모자 머플러까지 같은 색으로 입고 길을 나서면 모두 예쁘다고 양갈래로 길게 땋은 머리를 쓰다듬어주곤 했다
그래서인지 니트에 대한 촉감을 지금도 여전히 특별히 좋아한다 겨울이면 울천으로 만든 옷 보다는 니트로 짠 옷들을 자주 입고 또 자주 산다 니트가 주는 부드럽고 아늑하고 포근한 느낌으로 안정감을 찾고 니트를 만지면 새록새록 옛일을 되새기곤 한다
엄지장갑이란 우리가 흔히 쓰던 벙어리장갑으로 이에 대한 언어적 감수성이 장애인 비하로 이어질까봐 그런 말들이 신경 쓰여 굳이 그 말을 쓰고 싶지 않아서이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려서 굳이 안쓰도 되는 말은 쓰고 싶지 않다
엄지 장갑은 왜 엄지만 홀로 떼어 놓았을까 이 엄지 장갑을 낄 무렵이면 대체로 활동성이 많지만 섬세한 일을 많이 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장갑은 생각보다 쉽게 한쪽을 잃어버린다 한쪽만 남은 장갑은 이리저리 굴러다니다가 버리게 된다 엄지장갑을 보면 왠지 기러기 아빠를 연상하게 된다 엄지장갑을 끼고 무엇을 잡든가 옮기든가 할 때에는 유독 엄지손가락에 힘이 많이 들어간다 엄지를 못쓰게 되면 손을 정작 많은 일을 못하게 된다 엄지가 갖는 힘의 위력을 깨닫게 되는 장갑이다
엄지의 존재를 부각시켜 만든 엄지 장갑은 나이가 든 사람들은 잘 끼지 않는다 그만큼 손놀림이 섬세한 일을 더 많이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아이들은 잘 끼지 않는 엄지장갑을 보면 옛 생각이 많이 나고 마음은 따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