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김지숙 작가의 집

시집詩集『어느 봄날의 일기』





한번도 밟히지 않은 발은 없다

이리저리 아무리 살펴도

발에는 눈이 달려 있지 않다


바닥에서 나는 소리를 제일 먼저 듣고

말들이 수북이 쌓인 거리에 길을 내는 것도

뼛속까지 아파 걷지 못하는 발로도

귀를 막고도 꼭 가야 하는 길은 있다


평생을 천천히 넘나들던

햇살 좋은 봄날의 답청처럼

한번은 밟아야 하는 길이 있다




발이 하는 일을 생각하지 않는다 머리가 원하는대로 움직인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런데 발에 쥐라도 나면 낭패를 보는 경우도 있다 운동선수에게 발은 중요하다 물론 다른 사람들에게도 신체의 어느 부위든 중요하지 않은 것은 없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 중요한 발을 꽁꽁 싸맨다

겨울 여름할 것 없이 발을 드러내 놓으면 여의가 아니라고 여겨 맨발로 오르면 눈치를 본다 한번은 통도사 법당에 간 적이 있다 계획에 없던 일이고 여름 샌들을 신고 있었고 법당 안의 사람들은 모두 양말을 신고 있었던 터라 맨발로 선뜻 법당에 들어설 용기가 나지 않아 무안해 하면서 입구에서 쭈뼛대는 나를 보던 어느 보살님이 왜 안들어가시냐고 했다 여기 올 생각을 못하고 와서 양말이 없고 맨발이라 들어서기가 민망하다 했더니 괜찮다며 부처님도 원래 맨발이셨다면서 빙그레 웃어보인다 그러면서 자신도 양말을 벗더니 같이 들어가자고 한다 용기를 내어 맨발로 따라 법당에 들어서니 다들 내발에는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 같았다

발은 소중한데 드러내 놓으면 예의를 운운한다 손도 마찬가지인데 손은 드러내 놓아도 아무도 민망해 하지 않는다 문화와 관습의 차이다 발은 묵묵히 제 할일을 다 하지만 언제나 제대로 대접받지 못한다 샤워를 해도 빌부터 씻지 않는다

발이 지닌 삶의 무게가 참 만만찮다는 생각들을 했다 해도해도 끝이 없고 눈에 띄지도 않는 일을 하는 사람같은 존재 인체에서 없어서는 안되지만 그렇다고 그런 대접은 고사하고 자주 그 고마움을 잊어버리는 존재같은 발을 뒤어다니느라 고단했던 발을 발같은 나를 가만히 감싸 안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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