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수건

by 김지숙 작가의 집

시집詩集『어느 봄날의 일기』


손수건




늘 어디엔가 자리 잡은 손수건

자주 쓰지 않아도 없으면 불안한

쓸 때가 있을까 봐 다시 넣는다


땀 닦을 일이 없도록

눈물 닦을 사연이 없도록

헤어질 일이 없도록

엎지르는 일이 없도록

건재한 모습으로 당당하게


오래 버틸 수 있도록 기도하면

슬픔과 아픔이 줄어든다



요즘은 손수건의 용도도 다양하고 손수건을 가지고 다니면서 쓰는 이들은 많지 않다 하지만 언제나 손수건을 가지고 다니지 않으면 뭔가 불안하다 그 불안의 의미들을 채워 줄 수 있지도 않으면서 그다지 필요하지 않은 손수건에 집착하기도 한다

손수건보다는 휴대용 휴지를 더 선호하고 더 자주 필요로 한다 하지만 한 때의 손수건에 얽힌 수많은 기억들과 원하지는 않는 순간들일지라도 손수건이 없어 곤혹스러웠던 그 기억들에게로 돌아갈까 두려워서 손수건을 챙기기도 한다

손수건에 자신의 눈물 콧물을 닦기보다는 타인에게 내미는 경우가 더 멋스럽고 인간다운 면모를 보여주는 것 같다 종종 드라마에서는 지금도 여전히 그런 손수건과 연관된 조금 우스꽝스러운 장면들이 나온다 아주 예스러운 물건이 되어가거나 혹은 아주상류사회 혹은 아주 인간 낚시의 밑밥 정도로 혹은 엉덩이의 살이 채워져 보일 거라는 생각 혹은 정말 알레르기 체질의 사람들에게 필수품으로 자리 잡은 다양한 손수건의 용도들을 되새겨 보면 많은 생각들이 스치고 지나간다

학창 시절 과별 단체 미팅을 하면 여자들은 자신의 손수건을 내놓기도 하고 필기구들을 내놓기도 했다 정말 오래전 일이다 하지만 언제 그런 시간들이 지나갔는지 생각하면 인생이 너무 잠깐이다 그래서 헛된 일들 헛된 시간들을 붙들고 세월을 보낼 겨를은 없다 하지만 다들 예쁘고 고운 꽃무늬 손수건을 내놓았는데 아무 무늬도 없는 알르지 체질의 닦는데 충실한, 분홍색바이어스를 친 촌스런 하얀 거즈 손수건만 달랑 테이블에 남아 있는 것을 경험한다는 것, 그리고 거기에 있는 상대가 원치 않는 채로 마지막까지 그냥 놓인 경험을 한다면 결코 손수건이 결코 손수건의 용도를 넘어선다는 것을 깊이 깨닫게 된다

한 사람의 인생이라는 것이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간다. 과거에 얽매이고 고통받고 힘들어하면서 사는 일이 얼마나 어리석은지를 뒤늦게 알게 된다 지금 현재 이 순간들을 의미 있게 보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는 것은 커다란 복인지도 깨닫게 된다

한 때 손수건은 이러한 기억들을 모두 닦는 역할을 했고 그 손수건에는 그 기억들이 대체로 담겨 있다 하지만 요즘의 손수건은 대체로 예비용이다 일 년이 지나도 쓸 일이 없는 그렇지만 없으면 뭔가 허전하고 준비성이 없는 사람 같은 느낌을 준다 꽤 산 사람들이 기억하는 손수건이 갖는 의미들은 그다지 녹록하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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