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詩集『어느 봄날의 일기』
꽃다발
이름은 달라도
한공간 오밀조밀 붙어
참는 법 웃는 법 사랑하는 법
기다리는 법을 배우면서
서로에게 점점 가까이 다가가
결국에는 하나가 된다
뿌리 내리지 못하고
다시 태어나지 못해도
어느 한순간 그 사람 앞에서
더 큰 기쁨을 안겨 준다면
활짝 핀 봄이 되고 사랑이 되어
잊히지 않은 그리움이 된다
빈센트 반 고흐 피에르오귀스트르누아르 로엘란트 사베리 구스타브 카유보드 같은 작가들은 화병에 꽂힌 꽃다발을 주제로 그림을 그렸다 그중에서도 고흐는 해바라기가 있는 정물을 그리곤 했다 화가들이 꽃을 그릴 때에 이렇게 여러 색들을 섞어서 그리는 것은 꽃이 지닌 아름다움을 더욱 부각시키기 위해서 아닐까
대부분의 꽃들은 한 송이만 피어있기보다는 여러 종류의 꽃들이 피어 섞여 핀 모습들이 아름답다 꽃다발을 받을 때에도 한 종류의 꽃다발을 받기도 한다 한 종류의 꽃은 그 꽃이 지닌 꽃말에 충실한 느낌을 받지만 여러 종류의 꽃들이 섞여 있는 꽃다발은 풍성하고 화사하고 화려함을 부추긴다
꽃다발을 얼마나 자주 받느냐는 그 사람의 인생이 얼마나 꽃다발을 만한 일을 했냐에 있는 것은 아니다 요즘은 꽃다발을 받는 일에도 정말 받을 만한 사람인지 받을만한 일인지 진정성을 의심하게 된다 예전에는 졸업식이나 입학식 결혼식 등과 같은 사람이 살아가면서 대체로 겪는 일들이 꽃다발과 함게 나이가 들곤 했다 그런데 요즘은 시대가 달라지고 사람이 달라져서인지 꽃다발을 받고 사진을 찍고 하는 일들이 요식 행위에 그치고 생략해도 무관한 과정으로 여기기도 한다
하자만 여전히 꽃다발을 받으면 옆에 있는 사람까지도 마음이 환해지고 기쁜 것은 어쩔 수가 없다 꽃다발이 하나의 색으로 하나의 꽃으로 만들어진 경우보다도 다양한 색들이 어우러져 있으면 순결한 의미보다는 다양성의 느낌을 받게 된다 다양한 마음들이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는 것이 또 다른 의미를 갖는 것으로 여겨진다 그래서 한 다발의 같은 꽃을 받을 때도 좋지만 여러 꽃들이 조화롭게 섞인 꽃다발을 받으면 다양한 향과 함께 섞여 전해오는 따스함도 좋아하게 된다 화가들이 왜 이렇게 다양한 꽃들이 함께 섞여있는 꽃들을 좋아하는지 이제는 좀 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