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詩集『어느 봄날의 일기』
국수
재래시장 한 귀퉁이에서
수십 년을 국수를 뽑아
맛있게 말아 식탁에 턱하니
내놓은 국수 한그릇을 먹으며
쉽게 얻어지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여겼다
난전에 기대어
세상의 허기를 고명으로 얹고
멸치장국 부은 국수 한 사발
하얗게 돌돌 말아 입에 넣으며
연신 왁자지껄 물건을 파는 동안
오일장 바닥에서 푹 퍼진
허여 멀근 죽어가는
국수 한 사발 바라보며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 여겼다
국수는 기원전 6000여년 전부터 중앙아시아 지방에서 만들었지만 우리나라에는 '고려도'경에 '食味十餘品而麪食爲先'이라하여 국수맛을 으뜸으로 들고 '고려사'에서는 사원에서 판매도 한다고 전 하지만 그 국수가 요즘의 국수인지 알 수 없고 조선시대에 국수틀을 만들어 싸리채반에 담아 판매하면서 부터 시작되었다고 '음식디미방'에 기록되어 전한다 1900년 회전압력식 국수틀이 갸ㅐ발되어 밀가루 국수를 건조밀국수가 보급되었고 구체적으로는 1945년 이후 수입밀가루가 늘면서 국수가 일반화되었다(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참조)
장이 서는 날이면 친구들이랑 오일장을 다니곤 했다 장마다 특색이 있어서 언양장 양산 남부시장 구포장 김해 회현장을 재미 삼아 다니곤 하던 때가 있었다 장날 장에 가는 재미의 반은 먹는 재미가 아니었을까 파전과 국수를 먹기도 하고 그 장마다 특별히 맛이 있는 음식 등을 사먹었는데 구포장 수수부침개는 특별히 빼놓지 않고 사먹기도 했다
대체로 장에 가면 멸치국수를 사 먹는데 특별히 맛있다기보다 특별히 맛을 기대하지도 않고 배고픔을 반찬으로 먹게 된다 국수집은 대체로 허름한데 요즘은 재래시장입구에 가면 정말 깔끔한 식당에서 국수를 팔기도 하여 망설임 없이 들어가서 사먹게 된다 물론 이런 경우에는 대체로 젊은 나이의 사장인 경우가 다반사이다 나이 지긋한 엄마의 솜씨를 물려받아 식당을 리모델링하거나 비슷한 위치에 자리 잡아 비슷한 맛을 내기도 한다
국숫집을 선택할 경우 단일 품목으로 파는 집이 좋다 국수 김밥 정도로 메뉴가 1-2가지 정도로 이를 전문으로 하는 집이 이것저것 메뉴가 많은 집보다는 경험상 음식이 나오는 속도도 빠르고 회전율도 높아 음식이 신선하고 맛도 좋은 경우가 있다 그래서 특별히 국수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여건이 적절하지 않을 경우에는 이런 국숫집을 찾으면 대체로 성공적인 선택을 하는 셈이다
오일장 국숫집 문을 열면 그 국숫집만의 특유의 분위기가 있다 복잡하고 부산하면서도 사람이 많이 들락거리는 집을 찾는 편인데 이런 경우에는 대체로 잔칫집에 온 것 같은 적당히 들뜬 분위기가 느껴지고 후다닥 마시듯 국수를 먹고 자리를 비워줘야 눈치를 덜 보게 된다
반면 지나치게 조용하거나 사람이 없는 경우는 들어가기가 꺼려진다 들어가서 달랑 국수 한 그릇을 시키기도 부담되고 다 먹을 동안 시선이 집중되는 것을 견기기란 강심장이 아니고서는 선뜻 들어서기를 결정하기가 힘들다
국숫집은 길거리에 쉽게 드나드는 곳이 편하다 아니면 골목 끝집이나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문이 활짝 열린 집이 들어서기가 쉽다 유명하다는 국숫집은 줄을 길게 서거나 추운 날씨에도 바깥 평상에서도 사람들이 거리낌 없이 먹기도 한다
국수틀에서 국수가 나오는 장면을 본다면 국수 한가락이 나오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노고가 들어가는지를 안다면 국수가 그리 쉬운 음식이 아니라는 것을 반성하게 된다 반죽 과정부터 쉽지 않고 반죽하여 틀에 넣어 국수가 나오면 바람이 있는 반그늘에 말려 국수가 되어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거치는데 얼마나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인지 쉽게 맛있기 어려운 음식인지 느끼게 된다 아무나 함부로 맛을 낼 것 같지만 맛있는 국수를 먹기란 참으로 쉽지 않다
쫄깃하고 매끈하게 잘 삶아낸 국수를 그릇에 담고 멸치 다시마 고추씨 파뿌리 양파 등을 넣어 우려낸 육수를 붓고 계란지단과 채 썬 버섯 채썬당근 애호박 채 썬 김 등으로 찬란한 고명을 얹어 만든 맛있는 국수 한 그릇을 만나면 춥고 배고프고 지친 사람에게는 보약과 다르지 않은 음식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