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역

by 김지숙 작가의 집

시집詩集『어느 봄날의 일기』



간이역



온종일

철길가에 서서 서성인다

하루 한 번 잠시 쉬었다

다시 떠나는 뒷모습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다시 긴 기다림으로

길게 목을 뺀다



인생은 어쩌면 각자가 간이역이 되어 자신이 기다리는 기차가 쉬어가거나 그 기차에서 바라는 사람이 오는 것을 고대하는지도 모른다 하루 한두 번 기차가 잠시잠깐 머물다가 떠나가면 간이역은 또다시 기다림의 연속이 되어가는지도 모른다

한때는 무수한 사람들이 기차를 타고 기다리던 간이역이 자동차시대가 열리면서 점점 사라져 갔다 하지만 자동차가 너무 많아서 혼잡하게 되고 운전해서 달리는 동안의 시간이 길어 피로감을 느끼면서 사람들은 다시 기차를 타게 되고 기차 여행이 주는 또 다른 맛을 다시 알게 된다

간이역은 현제 800여 개가 여전히 남아 있지만 대체로 곧 사라지거나 철거되거나 혹은 가치를 인정받아 문화재로 등록되기도 한다 오래된 간이역들은 아주 예쁜 모습으로 리모델링되어 다른 용도로 사용되기도 한다

화본역 같은 경우는 오래전에 다니던 증기 기관차가 급수를 하던 급수탑이 있어 다른 간이역과 달리 눈길을 끌기도 한다 다른 가인역 역시 폐선된 일부 철길들을 걸어 다닐 수 있는 구간으로 정해 관광지 역할을 겸하기도 한다

이런 간이역을 바라보면서 간이역의 입장이 되어본다면 역은 기차를 맞고 보내는 일에 충실하라고 얻은 이름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찻집이 되고도 간이역의 이름을 여전히 달고 있다 마치 할아버지가 초등학교 이름표를 달고 다소곳이 서 있는 것처럼, 철길은 기차가 다니는 길이 아니라 사람이 걷는 길이 되어 용도나 사용목적이 변경되거나 벗어나 간이역의 입장에서 보면 본래 용도에 충실할 수 없어 그 이름조차도 버겁고 아쉽고 미안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은 간이역의 변화를 나름으로 현대화하여 잘 활용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간이역의 입장에서 보면 어떨까

자신이 간이역이라면 기다리는 사람을 고대하고 보내는 역할을 하던 입장이라면 어떨까 더 이상 고대하는 사람이 오지 않으면 희망을 버리고 자신을 용도 변경하여 다른 의미로 다른 것으로 바꾸어 사용할 수 있을까 그것이 나름 성공하여 홍보하고 사람을 다른 용도로 불러 모으기도 한다 변화를 흔쾌히 받아들이기도 한다 나름 괜찮은 방법이기도 하다 이태리나 유럽 여러 나라가 관광수입으로 국가 재정을 충당하며 살아간다는 점을 생각하면 역사물의 가치는 원래의 모습을 지키고 보존해야 하는데 이는 분명 아닌 것 같다

본래의 용도가 더 이상 사용될 수 없을 경우 원형 보존되거나 폐기되어 사라지기도 한다 원래의 용도를 버리고 전혀 다른 용도로 사용되면 이미 고유의 이름이나 목적은 사라지고 새로운 이름으로 불리어져야 한다 자신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찻집으로 변한 간이역은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생겨난 것처럼 의도와 무관하게 사라지거나 막무가내로 용도변경 되어버린 스스로를 어떻게 생각할까

모처럼 찾아든 간이역을 보면서 별별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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