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詩集『어느 봄날의 일기』
그런 집
봄 여름 가 을겨울
내내 햇살 바른 땅에
안이 보이는 울타리 두르고
바로 앞에 강이 보이고
조금 먼 곳에 뒷산이 있어
물까치 어치 박새 쏙독새 다녀가고
제비꽃 민들레 씀바귀 꿀풀이
소리 없이 피고 지는 그런 집
방마다 온유한 손길이 가득하고
따뜻한 마음이 불을 켜고 끄면서
정갈한 삶은 구석구석 자리 잡는
지친 마음이
해거름이면 날개를 쉬러 돌아오는
몇켤레 신발이 가지런히 놓인
온기가 가득한 그런 집
차를 타고 들을 지나고 산을 지나다 보면 산과 산 사이에 무리지어 있는 집을 본다 그냥 바라만 봐도 따뜻하고 살고 싶은 동네가 있는가 하면 저런 곳에도 집을 짓고 살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드는 곳에도 여전히 집들이 있다
누군들 맨처음 사람하나 살지 않는 그 어느 땅에 집을 짓고 싶었을 것이며 또 그렇게 짓지 않은 집은 어디 있을까 집에 사는 것은 자신의 마음을 땅에 고정시키고 흔들리지 않겠다는 신념이다 그렇다고 집이 없는 사람이 신념이 없는 것은 아니며 땅에 뿌리박은 집 없이도 살아가는 삶도 있다
누구나 바라는 집은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자신이 바라고 원하는 집을 갖고 싶다면 자기의 머릿속에 있는 집을 지어서 살면 되지만 이는 몇몇에 해당되는 사람들로 대체로는 이에 해당되지 않는 것이 현살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겉으로 보이는 집보다는 집안에 더 신경을 써서 살아가고 집안에 사용하는 물건들에 치중하기도 한다 그도 저도 생각대로 되지 않으면 물질적이 아니라 정신적인 집에 더 깊이 있는 의미를 장착하기도 한다
사람들이 생각하고 원하는 집들은 대체로 같은 적이 없다 가족이라도 혹은 스스로도 긴 세월을 두고 본다면 수시로 바뀌는 것이 집에 대한 생각이 아닐까 장독대가 있고 개들이 짓어 대는 옛집을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힘들고 고단한 삶을 지켜준 불빛으로 따뜻한 밥상이 기다리는 밥상으로 혹은 굴뚝에 솟아오르는 밥짓는 연기로 집을 기억하거나 편안함으로 추억하거나 함께 하던 공간에서 살았던 사람들을 그리워하거나 다시 가고 싶어하는 장소로 집을 생각하기도 하는 것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집은 모두 같을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도 모르게 집에 대한 생각과 신념과 상상과 기억들은 삶의 등에 업고 살아가면서 집은 오늘도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강한 뿌리가 되어 삶을 지탱하고 있다는 것을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아도 느끼게 된다
사방이 탁트인 넓은 마당, 평상에 누워 푸른 하늘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