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려고 누워 뒤척이는데
당신 첫사랑누구야
뜬금없이 뭔소리
아니 그냥 궁금해서
누구나 첫사랑 있다잖아
없어! 난 당신이 첫사랑이야
당신 만나던 그 여자
미스코리아 있었잖아
좋아했다며
내 사전에 사랑하는 여자는 오직 당신뿐이야
뻔한 거짓말에 취해
두 바보는 손 꼭 잡고 꿈속 나들이를 한다
귀뚤귀뚤 귀뚜라미 함께 가진다
-류혜향의 「두 바보」
시몬느 드 보부아르가 「제2의 성」에서 말했듯이, “이 주어진 현실 세계를 자유가 지배하도록 하는 것이 인간에게 주어진 임무다. 이 숭고한 승리를 쟁취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남녀가 그 자연의 구별을 초월해서 분명히 우애를 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하여 여성이든 남성이든 동등한 관계와 자유라는 보편적인 가치와 목표를 위해 함께 노력하고 진정한 우애를 확립해야 한다고 보는 입장이다. 이러한 여성성에 대한 관점은 현대의 여성성을 재교정하는 시발점이 되었다
류혜향의이 시에서는 침실에서 나누는 부부의 대화로 표현한다. 여기에서도 동등관계는 아무렇지 않게 자연스럽게 나타난다. ‘누구나 첫사랑 있다잖아 없어! 난 당신이 첫사랑이야 // 내 사전에 사랑하는 여자는 오직 당신뿐이야 / 뻔한 거짓말에 취해 / 바보는 손 꼭 잡고 꿈속 나들이를 한다’에서는 남편의 첫사랑에 대한 집요한 질문에 끝없이 나오는 답은 ‘당신만을 사랑한다는 말만 쏟아진다. 가부장제적 사회상황이라면 부부 사이의 대화 주제로는 쉽지 않은 말이다 퉁명스럽게 대꾸하거나 면박을 주기 쉬운 주제이다 하지만 나이든 사람이든 젊은 사람이든 서로에게 쉽게 건드리지 못하는 주제를 아무렇지도 않게 나눈다
분명 시대도 사람도 가치관도 달라졌다 화자의 말을 통해 이미 시대적 상황이 달라졌다는 점은 인지하게 되고 부부 사이의 화제가 자녀가 아니라 부부 간의 정서에 초점을 두고 이를 동등한 입장에서 화제를 이끌어간다는 점에서 기존의 전통적 가부장제 사회에서 보여지는 여성이 지녀야 하는 순종과 헌신 수동성이 미덕이라는 가치관에서 변화되어 나타나고 있다. 시의 화자 부부에게는 이러한 우애의 확립이 가능한 관계로 밑바탕에 상대에 대한 깊은 신뢰와 믿음 등 긍정적이고 건강한 사랑이 내재되어 있다.
추락을 가장한 비상을 한다
몸이 퍼즐 조각처럼 바닥에 흩어진다
그녀를 태운 발소리들이 멀어진다
담장엔 소문이 무성하게 가시를 세우고
떠나지 못한 장마들의 모의가 몽글몽글 피어난다
그녀는 지금쯤 누군가의 신발에 묻어
사사베 국경을 건너고 있겠다.
-김나비 「히치하이킹」
기존 가부장제 아래서 여성은 대체로 열등하고 수동적이고 온순하고 가사를 미덕으로 여겨왔다. 여성적 가치를 복원하고 생명력 넘치는 여성성을 회복해 가는 과정에 있는 지금도 여전히 여성성에 대한 개념은 남성 입장에서 정의 내려져진다. 흔히 여성은 수동적 관계 지향적 배려와 헌신 등의 정서를 특질로 관련짓는다 하지만 여성은 생물학적 여성을 초월하면서 다양하게 해석된다. 생물학적 여성으로 발현되지만, 이 여성성이 여성만의 속성이 될 수는 없다. 기존에 남성적 가치에서 보아 여성성이 열등한 것으로 폄하되었지만, 남성성의 가치가 반드시 옳다고 믿을 수 없는 오늘날의 상황에서 여성성은 긍정적 가치로 재평가 받게 된 시점에 이른다.
김나비의「히치하이킹」 에서 ‘Donde Voy’ 는 멕시코 여가수 로시오 반구엘(Rocio Banguel)이 스페인어로 부른 슬픈 곡조노래이다 구슬픈 이 노래는 멕시코와 미국의 국경을 넘는 불법 입국자들이 야밤을 틈타 국경을 넘어가는 것을 미국경찰이 서치라이트로 찾아 다시 칠레로 되돌려 보내는 내용의 다큐멘터리에서 불린 노래이다. 3000km가 넘는 국경을 넘는 일은 목숨을 잃을 정도로 위험하지만 가다가 설령 죽는다고 하더라도 다른 방법이 없기에 ‘기회의 땅’이라 여겨 미국을 택하는 것이고 그것만이 최선이라 그들은 생각한다.
이러한 내용을 소재로 쓴 이 시에서 그녀는 주어진 상황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상을 찾아 떠나기 위해 ‘사사베 국경’을 건넌다. ‘사사베’ 는 멕시코 소노라주(州)의 국경도시로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선이 양국 사이를 장벽이 가르고 있는 곳이다 국경을 넘는 일은 그녀에게 ‘바람을 타고 길로 나서는’ 일이며 그녀 ‘붉은 몸을 펼쳐 단 한 번 날개짓으로 추락을 가장한 비상’이었다
날면 비상이지만 날지 못하면 추락이자 죽음이 기다리는 곳에 이를 뿐이다 그래서 그녀는 ‘누군가의 신발에 묻어서라도 필히 ’사사베 국경’을 건너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놓여있다. 이러한 그녀에게는 성별을 초월한 자유를 갈망하는 절박한 삶을 극복하려는 강인한 정신력이 나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