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마른 나무들이 온몸에
눈을 담는다
그것도 모자라 종일 쌓는다
기다리는 길목마다
그 기다림을 덮어도
더디게 발걸음 내디디며
가라앉은 자리마다
한발 한발 진한 발자국 남고
가장 아래 키가 훌쩍 자란
봄
봄에 내리는 눈은 소리없이 내려 밤새 쌓인다 가끔 3월이나 4월에 눈이 내리면 게으런 겨울이 뒤늦게 정신차리고 제철 몫의 일을 하는 게 아닐까 싶다 밀린 숙제를 하는 느낌이다 그럼에도 봄눈은 차가운 겨울 눈과 달리 느긋하게 바라볼 수 있는 따뜻한 기분이다
봄눈이 내리는 의미는 봄이지만 봄이 아니라는 것일까 봄인듯 아닌듯 봄을 선물하는 겨울만의 자리 내놓는 방식일까 아뭏든 봄눈 내려도 춥지 않다 솜뭉치 같은 느낌을 느끼게 된다
작년 봄눈에 가지가 부러진 적송을 보면서 눈의 무게도 만만찮다는 생각했다 키가 창문 높이 까지왔던 소나무의 가지가 그 폭설로 부러져서 이제는 볼 품없이 반만 남은 가지에 다시 눈이 쌓였다 눈 이 잘 오지는 않지만 오면 펑펑 내리고 발길을 붙잡을 정도로 많이 내린다 겨울눈도 봄눈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아무리 봄눈이 내려도 눈 아래는 새싹이 돋어날 준비를 하고 있고 성급한 순들이 땅을 뚫고 나온다 얼마지 않아 땅두릅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