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영

by 김지숙 작가의 집

카시러에 따르면 상징은 정신적 의미가 함축된 일체의 감각현상이다(상징형식의 철학 1권) 그가 말하는 이 정신적 의미의 보다 구체적인 내용은 상징 형식이나 상징형 태를 통해 구체적 감각 기호와 연결되어 드러난다. 왜냐하면 상징이란 의식에 주어진 경험 내용을 조작하여 의미를 만들어내는 구성적인 종합행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든 상징은 인간행위의 산물이자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관점을 형성하기 마련이다. 상징은 한 개의 보조관념이 한 개의 원관념을 환기하는가 하면 본래의 뜻은 숨기고 다른 이야기를 내세워 본래의 의미를 암시하는 점에서, 또 추상적인 것을 구체화하여 눈에 보이는 사물로 표현하는데 주로 사용한다는 점이 이를 증명하는 셈이다



내가 숲 속의 한그루 나무가 되어

생각은 뿌리가 되고

뿌리가 깊을수록 싱그러운 인격으로 가지를 거느리는

한그루 나무가 되어

오늘 하루도 스스로 짓는 소욕의 죄를

하늘의 파란 바람으로 씻는

성령으로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가지를 거느리는

한 그루 나무가 되어

눈부신 빛 속에서

숲 속의 한그루 해맑은 나무가 되어

말씀의 울림으로

세상 끝까지 성령의 씨를 뿌리는 나무가 되어

-정순영 「눈부신 빛 속에서」




나무는 일반적으로 조화 성장 생성 재생의 과정 불멸을 상징하며 세계-축이라는 의미 그리고 성장과 반전 끊임없는 ‘생명 과정’을 의미한다. 기독교에서는 서로 상이한 세계를 연결하는 축으로 상징된다. 그것은 불멸을 상징하는 생명나무와 선악과나무이며 ‘우주의 중심’이라는 의미도 내포한다.

또한 나무가 지니는 상징성은 ‘현실적 상황의 유추’ ‘심리적 이미지 투사’의 병치방식을 통해 그 의미를 드러내기도 한다(이승훈 1995) 마야의 문화에서는 대지의 중앙에 '사이바'라는 생명수가 있는데 그 뿌리를 지하계에 내리고 둥치와 가지는 열 개의 층을 지닌다 선조는 뿌리를 통해 현세에 이르고 사자(死者)는 이를 거쳐 천상계에 이른다(진쿠퍼1997) 농경시대를 살아가는 초기 마야인들은 개울이나 강 습지 호수와 같은 물을 쉽게 구할 수 있는 장소 주변에 정착하였으며 사이바는 그러한 장소 대변되면 그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곳이었고 나무가 지닌 상징적 의미로 이를 설명한다

일반적으로 우리 시에 나타나는 나무는 유치환의 시「나무」에서처럼 뿌리의 근원을 세계의 중심에 둔다는 점과 박두진의 「전율의 수목」에서 ‘나뭇잎’은 영혼을 상징하며 박목월의 시「나무」에서는 수도승 과객 파수병 등의 이미지를 떠올리며 나무가 지닌 외부적인 풍경에서 나아가 이와 더불어 내면에 깊이 자리 잡고 있는 인생의 궁극적인 의미를 찾아내는 매개로 작용한다 그 밖에도 박재삼 김명인 류시화 황지우 고재종 이형기 등의 시인이 나무를 소재로 한 시에서 인생에 대한 성찰을 담아낸다

반면 정순영의 시「눈부신 빛 속에서」에서 나무는 화자를 상징하며 ‘하늘의 파란 바람으로 씻는 성령으로’라고 하여 하늘의 세계를 지향한다. 또한 ‘씨를 뿌리는 나무’라 하여 생명의 순환성을 지닌다 시에서 화자의 생각은 뿌리로 그것은 깊이가 더해질수록 인격이 더해지며 깊이 있는 인격으로 상징된다.

화자는 ‘다양한 ‘상황’이나 ‘사물’로 상징되는 가지를 거느리는 나무가 되리라고 스스로 다짐한다. 또한 그 모든 것은 ‘성령’이라는 주체를 지닌 존재로서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리라는 의지를 담아낸다 또한 ‘세상 끝까지 성령의 씨를 뿌리는 나무가 되어’라고 한 점에서나 목표를 ‘숲 속의 해맑은 나무’라고 하여 화자의 존재를 숲이 지니는 완전한 낙원상태 혹은 피난처를 상징하는 숲에 존재하거나 또는 ‘성령의 씨 뿌리는 나무’라 하여 천상에 두는 삶의 목적성을 표상하는 나무에 둔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이희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