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시인추방론을 언급한 플라톤에 따르면 '시인이란 신성한 인간으로, 영감을 받아 정신이 더 이 내부에 남아 있지 않을 때 비로소 시를 쓴다'고 하였다 이 정신이란 어쩌면 가상의 가상 그림자의 그림자에 해당하는 진실과는 거리가 있는 허위적인 생각을 제시하여 올바른 행동을 방해한다는 형이상학적인 근거들을 언급한 것은 아닐까
그는 당대의 상황속에서 시를 교육적으로 이용하여 인기를 누리던 수사학자와 소피스트 사이에서 시인이 진리를 알지 못하고 눈에 보이는 사물에 대해 오로지 모방을 일삼은 자로 인식하고 진리에서 두단계 떨어져 있으며 이성적 생활을 저해하는 연민 두려움을 북돋우는 죄를 범한 자이므로 타락한 시인은 이데아 왕국에서 추방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우리는 우리 스스로가 그것의 매력을 높이 인정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그것을 받아들이게 되어 기쁠 것이다. 우리는 그것 때문에 진리를 배반하지 않을 것'이라고 하여 시(예술)의 기능 가운데 미적 감각 세상을 바라보는 아름다운 시각까지 모두 배격하지는 않았으며 진실을 담은 내용에 대해서는 긍정하였다
다만 그가 정의를 내릴 당시의 상황 속에서 언급한 '타락한 시인'은 비단 시인뿐만 아니라 쇠락한 폴리스가 쇠락하면서 더욱 가속하여 나라를 망치는 상황을 만드는 일련의 예술가들을 포함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무릇 시인이라면 자신의 삶 속에서 전광석화처럼 날아든 사물을 깊이 있게 바라보고, 내면과 대화하는 가운데 이를 재구성하여 시로 남기게 된다. 따라서 시인의 삶은 시에 큰 영향을 미친다. 시인은 자신의 삶을 시에 그대로 노출하거나, 비밀스런 비유로, 또는 특정한 방식으로 또는 자신의 삶과 전혀 무관하게 시를 쓰기도 한다.
독자는 ‘심미안’이라는 열쇠로 시작품 속으로 들어가서는 시적 화자를 시인으로, 때로는 시적 허구를 시인의 실제 체험으로 받아들이거나 또 는 시인이 만들어 놓은 환상을 즐기기도 한다 가령 시의 구조 속에서 시를 파악하더라도 그 시의 내용은 시인이 지닌 다양한 성품 가운데 한 가닥으로 이해될 수 있을 뿐이다.
‘부산 시문학 동인’은 오랜 세월 ‘시’를 화두로 묵언정진해 왔다. 이번 사화집『들불처럼 번지는』은 오랜 시력이 견고한 족적처럼 담겨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가 속한 세계에서 서로의 삶을 공유하며 살아간다. 이들 동인의 경우에도 시적 체험은 개인적 상징 발상 제재 표현 등에서 나아가 시적 개성으로 응집되어 시화된다.
동인이란 언어로 집을 짓고(M.하이데거),‘Poema-Poem을 제작하는 기술을 지닌 자들의 모임이다. 이들은 오랜 세월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우호적으로 서로의 마음을 열고 신뢰를 바탕삼아 라포(rapport,신뢰감)를 형성한다.(Reiss의 ‘사랑의 수레바퀴 이론’)
이번 사화집에 수록된 시들에는 그들의 내면에 담긴 문학적 성향이 동일한 방향으로 이행되는 과정에서 시적 상징성을 표출한다. 왜냐하면 시어란 시인의 영혼에 작용하는 가운데 힘을 갖고 시에 관여하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있어서 동일한 어휘에서 발현된 주여 이미지는 ‘사랑愛 이미지像 버리기棄 이야기話라는 네 개의 코드를 형성하고 있다. 이들이 표출하는 언어는 유사한 지역이나 사회적 환경을 접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며 문화적 환경이나 시적 환경의 유사성에 기인된다.
첫 번째 표출된 공유 언어는 ‘사랑’이다. 이 사랑은 형성 과정에서 중요한 변수가 되는 무조건적 사랑인 모성애와 조건적 사랑인 부성애, 그리고 자기애, 우정 등이 나타나며 그밖에도 동족애, 형제애 등이 긍정적 동류 의식에 속한다. 모성애는 무조건적이고 모든 것을 보호하고 모든 것을 감싸기에 모성애를 받은 자녀는 행복을 느낀다. 따라서 모성애가 무조건적 평등에 바탕을 둔다면, 부성애의 본질은 아버지가 명령하고 원칙과 법칙을 수립하는 것에 있다.(프롬)
두 번째는 이미지像이다. 시적 형상화 능력은 시인의 미학적 지각이나 시의 완성도를 가늠하는 기준이 된다. 이미지는 심상 비유 상징 등으로 표현되며, 그들 중 주요 관념이 사물로 형상화하는 시적 작업으로는 또 시각 청각 미각 후각 공감각 등이 공존한다. 때로는 시인은 자신이 의도한 대로 독자에게 시를 이해시키기 위해 이미지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버리기棄이다. 인간의 고통에는 愛別離苦(사랑하는 자와 헤어지는 고통), 五蘊盛苦(채우지 못하는 고통)이 대표적이다. 또 장자가 제물론에서 말하는 非彼無我 非我無所取(그것이 아니라면 내가 없고, 내가 아니라면 희노애락을 취할 데가 없다.)하여 모든 감정의 원천이 바로 자신과 가까우며, 자신이 존재해야 감정이 존재한다. 그러므로 버리기의 한가운데 있는 존재는 바로 시적 화자 자신들이다.
네 번째는 이야기話이다. 이러한 시의 특징으로는 화제, 등장인물, 사건이 있어야 하며, 또 현실을 넘어서서, 일상과는 다른 세계에 대한 세부묘사가 있어야 한다. 각 시들을 읽다보면 시에서 이야기는 화자가 처한 현실 문제를 바라보고 해결하려는 통찰력이 나타난다. 또 그들 각자의 삶을 진솔한 체험과 개성있는 시적 논리로 엮어내는 과정에서 자신만의 독특한 체험과 정보를 엮어 시의 전후 배경을 제시하고 화자의 의도를 전달한다. 그리고 화자는 스토리를 완벽하게 독자에게 전할 수는 없지만 시의 맥락 속에서 암묵적 전달됭 내용으로 시인은 독자와 더불어 이를 공감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