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영완
뇌신경과학자 로버트 스턴버그Robert Sternberg는 사랑을 구성하는 3요소로 친밀감Intimacy 열정Passion 헌신Commitment의 3가지를 든다 그에 따르면 이 성향이 어느 방향으로 발전하느냐에 따라서 7가지 형태로 구분된다 첫눈에 반해 정신적 육체적 흥분이 이는 사랑을 도취성 사랑으로, 따뜻하게 느끼고 포근한 감정을 느끼는 좋아함, 오래된 부부나 커픙이 갖는 사랑을 지속하겠다는 책임감에서 오는 공허한 사랑, 헌신이 필수가 아닌 순간적 끌림에 따르는 즉흥적인 면이 강한 사랑이지만 다른 국면으로 변하기 쉬운 낭만적인 사랑, 우정같은 결혼 생활에서 나타나는 우애적인 사랑 친밀함이 결여된 열정이 있을 때만 나타나는 헌신적인 사랑으로 열정이 사라지면 관계도 실망하는 얼빠진 사랑, 친밀감 열정 헌신의 세사지를 모두 갖춘 성숙한 사랑이 그것이다
친구나 연인 배우자 간의 관계에서는 서로의 감정을 균형있게 유지하여 성숙한 사랑으로 나아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살비늘 돋는 마음의 버턴만 매일 조심스레 누르다
부처님 오신 날 기적처럼 통화를 했다.
아직 죽을 때는 아닌가 보다 하고 병원냄새 대신
여백이 헐렁한 수묵화 한 점 펼쳐보았다.
미련의 살이 다 빠져버린 무우수 한그루
아열대 늘 푸른 잎 다 떨구고 한동안 금식에
소금기조차 없는 그대의 염전
맛도 색도 냄새도 없는 해탈로 가는 혼자만의 그 길이
내소사에 오니 휑하니 보였다.
-탁영완, ⌜내소사⌟ 전문
묵자는 겸애설에서 사람들이 오로지 자기 나 자기 집안 자기 몸만을 사랑하여 남의 나라 남의 집안 남의 몸을 빼앗고자 하여, 서로를 해한다고 했다. 무릇 천하의 재앙 찬탈 원망 원한은 서로 사랑하지 않은 데에서 생겨난다고 했다.
위의 시⌜내소사⌟ 에서는 화자는 사랑이 교통하기보다는 타자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이 해소되는 과정을 초연하게 풀어낸다. 화자는 기다리던 사람과 통화 만남 그리고 그 사람이 홀로 해탈의 길을 가는 모습을 시적 언어로 그려놓았다. ‘소금기조차 없는’ ‘염전’에서는 내소사와 무우수의 정경을 담아낸 차경기법이 드러나는가 하면 인물의 내면까지 스케치한 수묵화 한 점을 보는 것처럼 사실적으로 표현된다.
‘무우수’는 석가가 그 나무 아래에서 도를 깨달았으며, 석가의 어머니가 이 나무 아래서 석가를 안산(安産)하여 근심할 것이 없었다는 데서 유래한 말이다. 시에서 화자의 눈에 보이는 ‘무우수’는 미련의 살까지 다 빠져 무상의 상황에 놓인다.
무상(불교:anicca)은 잘못 인식된 恒常의 세계를 끊고 집착을 제거하여 자비관에 몰입할 수 있게 한다. 시의 화자는 그리워하던 이가 홀로 모든 잡생각을 버리고 삼매에 들어가서는 고요함과 평온을 얻은데 이것이 바로 무상이다. 화자의 그리운 이는 마음을 닦아 세상을 관조하고 해탈을 얻는 과정을 보면서 화자 역시 그리움으로 죽음 가까이 다가설 만큼 견디기 힘든 상황을 견뎌내고는 스스로 그러한 대상에서 떨어져 나오는 자신을 휑하니 느낀다.
종교적 장소가 시적 배경으로 설정된 이 시의 화자는 자신이 마음을 둔 대상의 태도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대상과의 관계는 새롭게 시작하거나 비워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고, ‘해탈로 가는 혼자만의 그 길’이란 뼈 속까지 비워내야 갈 수 있는 길이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의 마음에 있는 타자의 존재를 읽고 확인하고 비우는 과정은 마치 무수 한 그루를 가운데 두고 화자와 대상의 마음이 데칼코마니기법을 차용하여 그린 그림처럼 둘의 내면은 서로 닮아 있다. 둘은 함께 스스로의 내부로 향하며 그 길은 헐렁한 수묵화로 표현된다.
그러한 화자는 현재 진행 중이거나 방금 지나간 사랑을 극복하고자 애쓰는 모습이 나타난다. 절제된 감정을 ‘수묵화’ ‘소금기’ ‘염전’ 등으로 시각화하는 과정에서 ‘허망’이라는 관념을 선명하게 돌출시킨다. ‘병원냄새’라는 표현에서 고통의 절정을 후각화시켜 더욱 생동감 있게 묘사했으며, ‘내소사’라는 엄숙한 장소를 택하여 화자의 시적 대상이 자신의 삶속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자신의 참모습을 깨닫는 과정을 여여롭게 담아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