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시인 시첩

꽃길

by 김지숙 작가의 집

꽃길



연분홍 꽃잎들이 휘날리더니

길 한켠으로 소복소복 쌓였다

조금만 건드려도 호로록

떨어지는 꽃잎들이

저 먼저 땅으로 가 닿아 쉬고 있다

눈부신 제 이름은 제 그림자 뒤에 숨기고

내세울 것 없는 낱낱으로 지는 꽃잎세워

길가를 훤히 밝히고 있다

지금 걷는 이 길이 바로 꽃길이다

살아 걷는 길들은 모두 다 꽃길이다



살아 있으니 길을 걷고 꽃길도 걷는다 힘든 삶들을 뒤돌아봐서 힘들었다 여겨지면 지금도 여전히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으며 뒤돌아봐서 그래도 지금이 조금이라도 과거의 힘든 삶보다 낫다면 지금의 삶은 그나마 수월해진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수십번의 봄을 맞으면서 그래도 꽃이 피는 것을 보면서 온통 수런수런 일어나는 생명들을 보면서 생명성이 가져다 주는 활력을 느낀다 봄의 생명성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자연으로부터 빋은 축복 가운데 하나이다 겨울내내 죽은 듯이 보이던 나무들이 하나둘 잎을 내고 꽃을 피우는 모습을 보면서 아무리 작은 생명체들도 당당하게 제 할일을 해내는 봄날앞에서 그저 삶이 행복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이 고마움을 어찌할까

더 넓은 땅을 밟고 더 많은 꽃을 보고 땅에 꽃에 욕심을 낼 필요가 있었을까 싶을만큼 모든 봄을 한꺼번에 가져다 주는 자연 앞에서 어떤 욕심도 과한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내 눈 앞에 든 봄도 자연도 내게 닿아 있는 꽃들도 그저 이정도면 충분하지 않겠니 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보는 것이 있고 보려고 노력하는 것이 있고 보여지는 것이 있다 능동적으로 살아가느냐 수동적으로 살아가느냐 자발적으로 살아가는 삶 속에서 주어지는 것을 함께 누리는 삶의 태도가 결국은 어떤 삶을 사느냐를 좌우한다 덜 적극적으로 살았느냐 더 적극적으로 살았느냐 혹은 수동적으로 살았느냐

자연처럼 사람의 삶도 마찬가지이다 생각하기에 따라 달라지고 주어진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추운 날들이 없었다면 봄날의 고마움을 모르는 이치와 같지 않을까 그래서 모진 추위를 보내고 달린 열매가 더 달고 그런 나무들이 피우는 꽃들의 색이 더 곱다 지나고 보면 모든 삶들은 살아온 시간들과 연계되어 있고 봄날을 맞기 위한 밑거름이 되어 생의 꽃을 피우는 시기에 더 아름답고 고운 색을 내게 된다 적어도 그렇게 된다고 믿으며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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