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시인 시첩

기차

by 김지숙 작가의 집



기차



한때 당당하게 시끄럽던

기적소리가 캄캄한 새벽을 달렸다


요즘은 소리소문 없이

언제 가고 언제 오는지도 모르게

밤낮으로 쉼 없이 달린다


불이 꺼진

간이역에서도 침묵하고

군데군데 물건팔이

보따리도 보이지 않는다


묵묵히 앞으로만 가는 삶을

안락한 레일 위로 옮겨와

여전히 기차라는 이름을 달고 달린다



자라고 살던 집에서 조금 걸어가면 기차역이 있었다 하루에 몇 번씩 동해남부선 기차가 달리고 가끔씩은 가 하얀 돌덩이를 가득 싣기도 하고 어떤 날은 석탄을 싣고 달리던 기차가 선로 위에서 한참을 머물러 있고 직원들은 떨어진 석탄이며 하얀 돌멩이들을 줍곤 했었다

아이들은 선로가에 떨어진 석탄이며 한약 돌덩이를 가져다가 시멘트 바닥이나 블록 벽에 그림을 그리곤 했다 지금 생각하면 별 것도 아닌데, 그때는 기차가 잠시 멈추고 떨어진 하얀 돌들이나 석탄덩이를 줍는 아저씨들이 미처 못다 주운 것들을 서로 가지겠다고 싸움박질까지 하던 아이들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참 대단하다 여겼다

아이들은 무용담을 하듯 서로 큰 돌덩이를 가졌다고 자랑하고 선심 좋은 아이들은 그걸 깨서 작은 아이들에게 나누어 주곤 했다 든든한 오빠가 있던 나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아도 늘 좋은 것을 차지하곤 했다

지금도 기차가 지나가는 곳에서 살아간다 숲에 가려 멀리 있어 보이지 않고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기차가 주요 교통수단의 하나인 곳에 있다 기차가 지나가는 것을 보거나 잠깐이라도 선로를 건너랴치면 종종 옛 생각이 스친다

아주 신나던 아주 즐겁게 뛰놀던 지금은 그 사람들이 대부분 내곁에 남아 있지 않는 세상에 살고 있지만 추억 속의 그 어린 시절이 기차를 보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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