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김지숙 작가의 집





만나면 손부터 잡는 사람이 있고

멀찌기서 눈으로 바라보는 이가 있다


처음 만나지만

손부터 잡고 어깨를 토닥이는 사람은

다정하고 따뜻한 제 몸속의 사랑을

단숨에 가볍게 내어 줄 것같다

가 닿아 몸으로도 기억하고 싶어서일까


몸과 몸이 닿은 만큼 그리움이 깊다

살이 살을 만난 만큼 잊기가 어렵다

몸에도 지문이 남기 때문일까

때때로 기억을 되새기기 때문일까




사람의 몸은 마음과 달리 한번 배운 기억은 쉽게 잊지 않는다 그래서 자전거를 타거나 수영을 하거나 운전을 하는 것 자판을 두드리는 일도 오랜 기간 그 일을 하지 않아도 쉽게 잊히지 않고 평생을 되풀이해서 다시 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수십 번 반복되어 본능 속에 저장된 것은 몸이 알아서 먼저 움직인다는 점이다 어쩌면 인간은 몸으로 생각하고 기억하는지도 모른다 긴 피아노 곡을 악보 하나 없이 틀리지 않고 치는 피아니스트를 보면 경악하게 된다 그것은 뇌와 몸과 환경이 서로 통합체를 이루어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사람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기억은 반복을 통한 연습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대부분이므로 이 덕분에 뇌는 활성화되고 다른 기억이 사라져도 오랜 기간 몸으로 다루었던 기억들은 잊지 않고 행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그림을 그리거나 악기를 다루거나 수영을 하거나 운동을 하는 것은 인간이 몸으로 도구를 사용하여 생존력을 높인 결과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사람을 만나도 반갑게 두 손을 잡아주거나 어깨를 토닥거려 주는 사람이 더 다정하게 와닿고 더 오래가는 사이가 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드라마에 보면 종종 친해지려고 공중목욕탕에 가서 등을 밀어주는 모습들이 등장하고 목욕탕을 다녀온 뒤는 가기 전의 어색한 느낌을 뒤로하고 음료를 나눠먹으며 편하고 다정하게 돌아오는 모습이기도 한다

허그나 가벼운 안기 등으로 상대에 닿아 본다는 것은 그만큼의 거리로 상대가 가까 다가온 것을 의미한다 조용히 생각해 보면 동성의 친구라도 어릴 적 손잡고 뛰어다니던 친구 물장난을 치고 모두를 다 드러낸 친구가 어른이 되어 눈빛만 바라보고 얘기하던 친구보다 더 그립고 다정하게 느껴지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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