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째 뽑힌 나무
종일 거센 바람이 불더니
통째로 무너진 거대한 나무
뿌리를 다 드러내고
힘없이 누운 모습은 생을
고스란히 포기한 것일까
깊은 흙 속에 갈래갈래
마음을 심고 나눠 길을 내어
저 거대한 몸뚱이를 세웠는데
숨겨진 산을 다 놓아버린 나무
더 이상 아래로 갈 수 없는
뿌리들이 하늘을 향해 말라간다
단 한 번도 원한 적 없는 하늘이
불현듯 시퍼렇게 눈앞에 펼치고
붙잡을 것 없는 허공을 흔든다
온몸을 수평으로 비우다가
서서히 흙이 되는 나무의 두려움은
거센 바람에 있다
어제는 하루 종일 바람이 불었다 살면서 그렇게 세차게 부는 바람은 처음 본다 옆집의 유리창이 바람에 날아가고 집안이 온통 덜컹거려 창문에서 먼 방안 한가운데 움츠리고 있었다 간혹 나무들이 부러지는 소리도 들리고 정자지붕이 날아가고 비닐하우스는 어릴 적 본 비닐우산처럼 온 동내를 휘젓고 다닌다
바다는 바다대로 바람이 일으켜 세운 포말들을 앞세워 온 바다가 희뿌연 빛으로 흔들린다 바람따라 흔들리는 것이 아니라 아예 통째로 포말덩이처럼 보인다 바람은 바다조차도 들었다 놨다 한다 바람의 힘이 그토록 세다는 것을 알게 된다
가장 마음이 쓰이는 것이 나무들이다 숲이라고는 하나 가장 바깥에 있는 나무들은 바람에 설켜 온 가지가 해지고 갈라지고 잘리고 보기에 안쓰럽다 허약한 나무들은 바람에 넘어지고 제법 큰 나무들도 제 몸을 이기지 못하고 드러누웠다
붉은 흙을 드러낸 나무가 뿌리째 뽑혀 있는 것들이 한 두 그루가 아니다 그렇게 나무와 나무를 연결하여 불이 나면 불쏘시개 역할을 하여 더 오래 지속되나 보다 쓰러진 나무를 보면서 일으켜 세우고 싶은 마음이지만 너무 거대하여 아예 엄두를 낼 수 없다
작년 이맘때 쓰러진 나무들도 아예 길을 막고 누었다 사람들은 아쉬운 것이 없다 나무를 하는 사람도 산으로 들어가는 사람도 없다 야외에서 고기를 구워 먹는 장작도 장작 전문으로 하는 사업체에서 들여오는지 크기며 굵기가 일정한 것으로 담벼락에 쌓아놓고 있다 아무도 품을 들여 쓰러진 나무를 세우지도 치우지 않는다
그래서 한번 쓰러진 나무들은 그렇게 자연이 삭아가는 것 같다 어제 종일 타들어간 산불처럼 강원도에 산불이 많이 나는 원인의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산불이 얼마나 무서운지 산에 둘러 싸여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게 된다
쓰러진 나무들이 말까 죽어가면서 나무와 나무 사이를 걸쳐 서로를 잘 연결하고 있으니 말이다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 나무는 스스로 죽음에 뿌리를 내려 사라진다 사라지면서 나무 스스로의 삶을 슬퍼한다 수많은 나무들이 있지만 바람에 등 떠밀려 쓰러지고 죽어가는 나무를 보면서 나무의 두려움은 바람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