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름
기쁨 슬픔 노여움 평정을
실어 나르는 길인줄 알면서도
어쩌지 못하나 보다
아침마다 씻고 닦고 바르고
문질러도 끊임없이 깊어지는
주름 앞에서
삶은 주름의 깊이만큼이라도 뉘우치고 있나
인정 사정없이 새로 나는
주름의 길을 따라가면
애환 기쁨 아픔 고통 즐거움이
꽉 차 더 이상 지날 수 없어
그들이 스스로 더 깊이 길을 내나 보다
아직 주름이 나지 않은 얼굴들은
산 바다 하늘에 난 주름이
가깝지 않은 시간을 사는 사람
더 멀리 더 자유롭게 더 자주
더 마음껏 흔들리며 살아도 된다는 표식
나이가 들면 자연스레 주름이 생긴다 얼굴의 주름은 가만히 들여다보면 사람마다 얼굴마다 같은 모양은 하나도 없다 마치 모두가 다른 지문을 가지듯이 얼굴의 주름도 지문처럼 모두가 다르다 수많은 사람들은 수많은 주름을 가지고도 같은 주름이 없다는 것은 무엇을 뜻할까 모두가 다른 삶을 살고 다른 감정들을 표현하며 살아간다는 의미일까
나이에 비해 주름이 적은 사람들을 부러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애써 주름을 지우려고 갖은 노력을 한다 그런데 주름이 적은 사람들의 삶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렇게 애써 부러워할 것은 아니다
물론 사람마다 다르다 천성적으로 주름이 없는 사람도 있겠지만 얼굴에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지 않는 삶을 살았다는 것 그리고 살아간다는 것 그다지 힘든 삶을 살지 않았다는 것 혹은 그런 삶들을 애써 지웠다는 것 그리고 가장 무서운 것이 남의 감정에 동의하지 않은 자신만의 삶을 산다는 것이다
이런 저런 일들이 있겠지만 나이 차를 제하고도 자신의 나이들에 비해 주름 없는 사람을 본다면 그 사람의 됨됨이도 한번 훑곤 한다 과연 이 사람은 어떤 삶을 살아온 것일까 처음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얼굴의 주름을 읽으면서 그 삶의 족적을 되짚어보는 것으로 사람들이 살아온 삶을 또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게 된다
주름진 얼굴이 아름답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굳이 나이 들어 줄기가 커지고 살이 트고 그곳을 새살이 메우는 과정에서 나무가 아프고 힘들면서도 살아남았을 애처러움을 느낀다 아예 커다란 둥치의 나무를 보면 그가 가지는 여유로움과 굳건함이 결코 추하지 않다는 느낌을 받는다 때로는 낯선 사람의 웃는 주름도 낯설지 않은 바람처럼 다정하게 와 닿기도 한다 다만 나이가 들어서도 주름지지 않으려고 애를 쓰는 사람은 그래도 애교로 봐줄 수 있지만 아무 주름도 없이, 웃거나 우는 것도 보여 준 적이 없는 무덤덤한 얼굴에 정이 가기는 쉽지 않다
젊은 이들의 주름지지 않은 얼굴은 아무리 흔들려도 괜찮다는 증표일까 그런데 나이 든 얼굴에 주름하나 없다는 것은 무언가 삭막한, 그 삶의 길이 보이지 않은 보여주지 않는 사막같은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