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김지숙 작가의 집




냄새가 나는 물 움켜쥐는 물

흐르지 않는 물은 물이 아니다


쏟아져내리고

눈물처럼 영롱하고

홀씨로 날아 구름이 되고

송사리떼 불러 친구 되는

물은 진짜 물이다


고인 물 고요한 물

맑은 물에는 반드시 되비치는

오래된 얼굴들이 늘 그대로 있다




물을 마시지 않고 사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물을 인식하고 사는 날은 별로 없다 물이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물같은 사람을 함부로 대하는 일은 허다 하다 사람들은 물의 소중함을 잊듯이 물처럼 소중한 사람의 존재를 종종 잊고 사는걸까

잘 할수록 더 잘 해야 하고 잘 해 줄수록 더 대접받지 못하는 것이 사람과의 관계이다 그래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틈이 있어야 하고 그 틈에는 오롯이 자신만을 위한 무언가로 채워야 한다 가끔씩 쏟아내는 사람들의 푸념을 보면 오고 감이 서로 맑지 못해서 생긴다

물의 생리처럼 맑은 물이 서로 오고 가고 비슷한 종류의 오염된 물이 서로 오고 간다면 별다른 반응이 일어나지 않지만 맑은 물이 오염된 물로 들어가거나 그 반대 경우에는 기대치 못하는 여러 반응이 일어난다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 역시 마찬가지이다 마음과 마음이 오고가는 동안 아무리 둔하고 덜 예민한 사람도 서로에 대한 섬세한 배려나 마음을 느낀다 하지만 그것이 오래 지속된다면 당연하다고 여기게 되고 갈수록 좀 더 많은 것을 원하고 바라고 주문하고 자신은 상대에게 여전히 그대로의 대접을 받는 관계라면 얼마나 힘들지에 대해 한번쯤 생각하기나 할까

물의 원리를 가져온다고 해도 마찬가지이다 한쪽으로 일방적으로 흐르기만 한다면 언제가는 고갈되어 버리지 않을까 끝없이 솟아오르는 샘물이 있긴 하지만 그런 물의 근원은 대부분의 사람들과의 관계가 아니라 나름 늘 사랑이 샘솟는 특별한 존재이거나 혹은 오랜 수련을 거친 자들의 마음처럼 귀할 따름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의 관계는 가고 오는 관심이나 사랑의 양이 비교적 비슷해야 그 관계가 오래간다 늘 받기만 하는 사랑은 언젠가는 고갈되고 그 사랑은 다른 이름으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을 한번 쯤은 생각해야 할 것 같다

외동이라는 이유로 장남 장녀라는 이유로 아프다는 이유로 이런저런 그밖의 이유로 사람들은 무리 중 특별히 여기는 관계가 있고 그런 관계에서 번어난 아웃사이더로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그래 사람이라서 감정을 지닌 혹은 전통 문화적으로 관습적으로 그렇다고 쳐도 견디지 못할 상황에 이르러서는 비로소 알게 모르게 쌓인 그 감정들은 드러나기 마련이다

지인들 중에서는 칠남매의 중간으로 태어난 남자와 팔남매의 일곱째로 태어난 여자가 부부로 살면서 딸아이 하나를 낳아 모든 것을 다 해주면서 살아가는 경우를 봤다 자신들은 형제가 너무 많아 사랑을 받아 본 적이 없어 결혼하면서 맹세를 했다고 한다 하나만을 낳아서 모든 것을 다 해주고 사랑을 다해 키우겠다고 말했다 다행히 그 아이는 성격도 유순하고 부모의 말을 잘 듣고 착한 아이로 소위 엄친아로 자라서 대학까지 잘 들어간 경우를 봤다

하지만 그 뒤에는 소식이 끊겨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삶이나 사람의 감정은 어디로 튈지를 모르고 걷잡을 수 없는 것이어서 장담할 수는 없지만 받기만 하는 관계도 그다지 옳지는 않으리라 생각한다 나이가 들고 머리가 클수록 부모가 해줄 수 있는 것도 한게가 있기 마련이고 그들이 원하는 것을 신이 아닌 이상 아니 신조차도 결코 만족시킬 수 없는 것이 사람 사는 이 세상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물의 높낮이 원리를 적용한다면 한쪽으로 흐르는 물은 언젠가는 고갈이 될 것이며 스스로 나누거나 생산하지 않는다면 물은 사라지고 만다 깊은 계곡의 물처럼 한결같이 흘러내는 물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귀하기도 하고 하지만 그런 물줄기 같은 관계를 지닌 경우도 없지 않은 것이 또한 이 세상의 현실이자 그 삶이라는 것을 가끔 느끼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과연 그럴까 보여주는 만큼 느끼게 하는 만큼 느끼게 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높낮이가 없는 물을 보면 생각을 더 많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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