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두릅
마른땅 무른 땅 마다하지 않고
흙 속에서 깊은 잠 자다가
문득 하늘이 보고픈 봄날 잠을 깬다
움을 피우고 줄기 올려
녹색꽃 피고 열매를 달면
그 해 할 일 다 끝이 난다
그늘진 곳에서
조용히 몸집 키우는
꽃도 향도 효능도 딱
알맞은 이름
땃두릅 풀두릅 독활獨活
4월이 들어 숲으로 가면 적당히 둥그런 잎을 오므리다 펴는 땅두릅을 만난다 이곳에 오기 전에는 땅두릅의 존재를 알고는 있었지만 나무 두릅만을 진짜 먹는 두릅인줄 알고 사 먹었다 그런데 막상 소나무숲에서 옹기종기 피어나는 땅두릅을 만나면서 새로운 향과 입맛에 반해 새로운 맛의 세계를 발견했다
아무도 따지 않은 땅두릅을 일주일 단위로 채취한다 숲으로 들어 갈 때마다 스무댓 그루의 땅두릅이 새로운 싹을 내밀고 있다 뱀이 무서워 긴 장화를 신는 불편함을 제한다면 땅두릅을 따는 기쁨은 크다 점점 빨리 자라는 땅두릅을 가져와서는 씻고 데쳐서 초고추장에 찍어 먹기도 하고 다른 산나물과 섞어 무치기도 하고 잘게 썰어서 볶음밥용으로 먹기도 하고 부침 튀김으로도 해 먹는다
최근에는 한 가지 방식을 더했다 아무리 먹어도 두릅은 매주 새로 순을 올리니 김치를 담기로 했다 부드러운 굵은 대궁 부분은 여전히 데쳐 초고추장에 찍어먹고 조금 센 듯한 느낌을 주는 부분은 살짝 뜨거운 물을 부어 숨을 죽인 다음 젓갈 마늘 고춧가루 모과액 생강즙 등으로 섞어 김치 양념을 만들어 서너 시간 담가 진한 향과 쓴맛과 물기를 뺀 땅두릅에 버무린다
여전히 맛은 김치맛이지만 나름 독특한 향과 맛을 내는 김치를 만들었다 제법 먹을만하다 땅두릅을 알게 되어 정말 고마울 따름이다 4월 5월 한동안은 여러 반찬으로 둔갑시켜 땅두릅으로 풍부한 식탁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 같다 베란다에서는 산마늘도 잎을 내고 두메부추도 제법 키가 커 올라온다 방풍도 곤드레나물도 벌써 두어 번 나물밥을 해 먹었다 당분간은 마트가 먼 것도 별 아쉽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