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김지숙 작가의 집




손에서 그의 삶을 본다

검버섯이 인생 그림을 그린

검은 손등에서

어두운 삶의 밑바닥을 본다


희고 고운 손에서

빛나는 소리를 듣는다

비누거품이 지나가는 순간

남은 맑고 향기로운 깨끗함

손을 보면서 그 사람을 안다



사람을 만나면 대부분 손을 먼저 잡는다 손이 그 사람의 삶을 대변하기도 때문이다 손으로 전해져 오는 느낌으로 그 사람의 마음이 따뜻한 지 푸근한지 까칠한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손은 그 사람과 다르지 않다

누구에겐가 도움의 손을 내밀 줄 아는 사람의 마음은 그 손과 같이 따뜻하다 손의 따뜻한 정도에 따라서 그가 어떤 삶을 살아가는지도 느끼게 된다 외롭고 쓸쓸한 날이면 따뜻한 손이 그립기도 하다 하지만 세상에는 따뜻한 손보다는 차가운 손이 더 많이 있다

어쩌면 누구와도 쉽게 손잡지 않고 손 내밀지 않은 손도 있고 영원히 혼자인 손도 있다 손을 통해 참 많은 의미들을 읽을 수 있다 누군가에게 내밀어 주고 싶은 순간도 있고 그 작은 손 하나에 가슴이 따뜻하고 삶의 온기를 느끼기도 한다

하루 종일 차가운 물에 손을 넣어 퉁퉁 불은 손이 있는가 하면 하루종일 아무것도 하지 않은 심심하고 깨끗한 핏기 잃은 손도 있다 사람들의 손은 그 사람의 일상과 하루와 인생을 느끼게 한다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손만 잡아보면 느낄 수 있다는 사람들의 말은 거짓이 아니다

아름다운 손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아름다운 일을 한다 남이 보거나 아니거나에 무관하게 착하고 아름다운 일을 한다 나이가 들면 지문도 지워지고 젊어서도 일을 많이 하면 지문이 없다 닳아버린 지문으로 알 수 있는 것은 그 사람이 얼마나 손을 부지런하 썼고 얼마나 삶을 치열하게 살아냈냐는 것이다

손등에도 손바닥에도 굵고 깊은 주름강이 흐르는 손을 본 적이 있다 인체 중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여 닳을 대로 닳은 손, 한 번도 고마워하지 않고 슬그머니 뒤로 감추는 손 밤낮없이 일하고도 아침이면 다시 일하는 손 세상을 살아가는 일은 손에게도 만만찮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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