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새벽

by 김지숙 작가의 집

첫새벽



첫새벽어둠은

검은 물감으로 자꾸 덧칠된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어둠도 머쓱한지 제 얼굴을 만지며

뚫어져라 쳐다보며

가장 반짝이는 눈으로

흔들리는 위로를 한 움큼 내밀고는

물끄러미 서서히 어석버석

갈라진 지구의 틈사이로 사라진다




첫새벽에 잠이 깨면 다시 잠들기가 쉽지 않다 도시라면 불빛조차 가물대고 가끔 창밖으로 청소차며 새벽일을 끝내고 돌아오는 사람들이 보이기도 하지만 시골살이에서 첫새벽을 캄캄한 어둠만이 창밖에 서 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은 어둠 속에서도 숲에서 나무들은 살아있고 따뜻한 보금자리에서 새들도 조용하다 바람조차 조용한 날이면 바다 위에서 잠든 별처럼 배들이 불을 켜고 새벽을 지키고 있을 뿐이다

예전에는 새들이 하늘 가까운 곳에 살았지만 요즘은 새들보다 사람들이 더 하늘 가까운 곳에서 살아간다 그러고 보니 새벽을 쌓아 올리는 것은 새들이 아니라 사람들이다 어둠 속에서 눈에 불을 켜고 살아가는 것은 맹수가 아니라 사람들이다

불을 켜면 사방의 어둠이 머쓱해하며 단숨에 사라진다 새벽밥을 먹고 어디론가 떠나는 사람들은 지구 속 어둠의 어디론가 길을 나선다 아직은 검은색이 짙은 어둠을 헤드라이트로 삭이면서 조금씩 옅어지는 새벽길을 기대하면서 또박또박 큰 소리로 발걸음을 옮기면서 첫새벽 동트는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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