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김지숙 작가의 집



책은 씨앗을 닮았다

맨처음 쓴 사람의 마음을 담아

세상 밖으로 퍼 나르고

넘기고 넘기면 책장 사이에서

그의 영혼을 만나고

싹을 틔우고 손을 잡는다


무엇이든 태어나서

세상과 손을 잡게 만드는 눈

손발을 움직이게 하는 힘

아무리 바빠도

마주 친 그 마음을 기억하는

오래 묵은 우정의 나이테를 만든다




자라면서 친한 아이들이 기억하는 것은 책많은 집 아이였다 부모 형제 간의 덕분일터 그다지 마음에 두지 않고 살았다 다만 나가서 뛰어노는 일도 사춘기를 끝으로 하고 손에서 책을 놓은 날은 겅의 없었다

아파트에서 살면서 관리실 사람들이 들락대며 하는 말이 우리 아파트에서 책이 제일 많은 집이라는 말이다 언뜻 오래전 친구의 말이 생각났다 아 흉보면서 닮는다고 하던가 늘 그렇게 살았는데 모르고 있었다 거실의 앞뒤 책장을 두고 소파픞 그 앞에 두고 사는 것이 버릇처럼되어 몰랐는데 그게 편해서 그렇게 사는 줄 알았는데, 그러고 보니 다른 집들은 그러지 않은 것도 같았다 딱히 서재를 두고 살만한 여유가 없어서 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주변에 책이 있어야 좀더 심리적으로 안정되는 것은 사실이다 책장을 보면 잘 구획된 밭을 보는 느낌이다 분야별로 읽을 거리를 나누고 정리하고 생각나는대로꺼내 읽고 다시 정리하고 아주 정리정돈이 잘된 것처럼 보여도 실은 그렇지가 않다 여기저기 늘려 있기도 하고 밑줄그은 부분 포스트잇을 너덜너덜 붙인 책 등 그렇게 고운 얼굴로 놔두지 않아서 생각보다 질서정연하게 보이지는 않는다

정말 좋아하는 책은 밑줄도 못긋고 포스트잇만 붙이곤 한다 이사를 갈랴치면 라면박스에 열댓박스는 도서관에 기증하거나 나누거나 한다 공들여 쓴 책들을 그냥 버리지는 못한다 최소한 글쟁이로서의 동병상련은 있다 그래야만 내 책도 그냥 버려지지 않을 것 같은 마음이 들기 때문이다

그동안 책을 내지 못했다 삼십년정도를 공부하면서 책을 낸 것은 열손가락을 채우지 못한다 경제적인 여유도 없었고 시간도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뜻이 있으면 길이 있다는 말처럼 e-book으로 책을 낼수 있는 자가출판의 시대가 되어 부지런히 지난 원고들을 정리하고 책으로 묶고 있다

왠지 내가 마음을 내지 않아서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들을 한다 마음을 먹고 찾다보면 어떤 식이으로든 길을 열리게 마련인데 정신적으로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 브런치도 길을 여는 고마운 존재들 중 하나이다

꼿꼿하게 날을 세운 날들이 지나가고 이제는 무딘 날들 앞에서 지난 날의 글들을 읽으면서 새삼 이런 저런 생각들이 일어난다 좀더 나은 나날이 발전하는 글을 쓸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일일일시'를 쓰고 그 시에 대한 착상과 밑에 흐르는 마음들을 에세이로 쓰고 있다 당분간은 이런 형식의 글쓰기를 할 참이다 내게 책은 글쓰기를 하기 전부터 오래 묵은 친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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