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의 힘

by 김지숙 작가의 집

뿌리의 힘



대개의 뿌리는 숨어있다

보이면 마르고 생명을 잃어

어둠에 길 내고 그 길목에서

이슬을 부여잡고 살아간다


그래서 뿌리는 강하다

천길 만길 어둠 속을 파고들어

개미가 집을 지어도

수십마리의 생명들이 살아도

용케 피해 말없이 저들과 살며

움켜잡고 놓을 때를 안다


부지런히 흙을 파고드는

뿌리의 마음은 하늘로 치솟아

세상을 바라는 커다란 나무가 되는

아름드리 꿈을 키운다




산나물을 뜯고 풀뿌리를 캐는 철이 되면 문득 뿌리의 끈질김에 대하여 생각한다 뿌리를 뽑는다는 것은 참으로 힘이 들고 그 뿌리의 견고함에 쉽게 포기를 하기도 한다 전통과 뿌리는 맥락을 지니기도 하지만 다르게 사용되기도 한다 전통은 긍정적인 면과 잇고 싶은 점을 강조하지만 뿌리는 대체로 좋고 싫음의 차이를 두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에 의미를 둔다

나무의 뿌리고 그 삶의 무게는 질기지만 인간의 삶도 그 뿌리를 살펴보면 더 질겼으면 질기지 덜하지는 않다 삶은 인연이 깊고 많을수록 뿌리도 넓고 깊어질까 꼭 그렇지만은 않을 것 같다 뿌리는 잔가지보다는 굵고 힘있게 뻗어가는 방향성을 더 중시 여기기 때문이다

나무의 뿌리가 그렇듯이 인간의 삶에 내린 뿌리도 방향성을 가진다 물론 그 전통을 따르며 뿌릴 뻗는 경우는 수형이 좋은 견고한 너무로 키워내기 쉬울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혹독한 환경 속에서 바위틈에 피어난 해송이나 산벼랑에 핀 낙락장송처럼 애절하게 삶을 살아내기도 한다

뿌리의 힘에 따라 그 견고함에 따라 나무는 버티는 힘이 정해진다 삶도 얼마나 단단하냐에 따라서 그 삶의 모습을 가늠할 수 있게 된다 뿌리는 어떤 역경을 사랑하지도 고마워하지도 않는다 그저 정해진 수순대로 평화로운 전통의 방식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순조로움을 따르지 않으면서 생기는 고통을 겪고 견디고 극복할 수 있는 자에게 그 고통을 줘서 그릇을 넓힌다고도 한다

마음의 그릇이 작은 사람이라면 굳이 작은 그릇으로 만족하며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그릇이 너무 커서 채우지 못하고 늘 허급지급 아무거나 대충대충 담고 채우려 애를 쓰는 것 보다는 나을 수 있다

심지가 굳건하고 마음이 단단하고 부드러운 이해심 많은 사람처럼 절 자란 나무처럼 살아남기 위해서는 나의 뿌리가 어떠한가를 되짚어 보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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