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꽃들도 자세히 보면
얼굴이 다 다르다
내 얼굴을 내가 봐도
시시때때로 다르다
사람들은 기억한 풍경과 일들로
자신의 얼굴을 만들고
유사한 얼굴을 만나면 편안하다
집집마다 그 모습이 다르듯이
나무마다 그 자태가 다르듯이
사람마다 그 얼굴이 다른 것은
마음이 반짝이며 살아가는
힘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인생을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이나 몸이 고통스러운 사람의 얼굴이 환한 경우는 잘 없다만약 그렇다면 머잖아 그 고통에서 모두 벗어나리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의 얼굴을 보면 온화한지 실의에 빠졌는지 선한지 악한지 알게 된다 하지만 다 알 수 있지는 않다 사람의 표정은 얼굴에 나타나고 주된 표정이 주름을 만든다 선한 얼굴이 가장 좋은 이력서라는 말도 있듯이 얼굴에는 인생관과 삶의 이력이 그대로 드러난다
나는 대체로 얼굴 가운데서도 눈빛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잔머리를 잘 굴리는 사람들은 눈빛도 잘게 움직인다 속마음을 감추려는 눈빛도 속마음이 그대로 드러나는 눈빛도 바라보면 느끼게 된다
세익스피어는 사람의 얼굴이 책과 같아서 얼굴로 표현하는 것이 말로 하는 것보다도 훨씬 쉽고 이를 통해 상대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얼굴을 읽는 일은 잘못 읽는 경우가 책을 잘못 읽는 경우보다 훨씬 더 드물 것이며 시간도 덜 걸린다는 생각이 든다
부부가 된 사람이나 되려는 사람들은 둘 다 닮았다는 소리들을 듣는다 아마도 같은 것을 보고 웃고 같은 일에 화를 내고 같은 음식을 먹어 같은 기쁨과 만족을 느끼며 같은 길을 바라보고 그 길을 향해 나아가며 동일한 감정을 동일한 순간 자주 느끼기에 그 근육들이 공통적으로 빈번하게 발달되기 때문에 가능하며 자주 만나는 친한 친구 역시 비슷한 상황이라면 이와 유사한 것이 아닐까
얼굴의 표정을 읽는 것은 상대의 말을 듣는 것 보다도 더 진실되다 그래서 간혹 사람들의 말과 표정이 다르다는 것을 통해 상대의 진실성을 시험하기도 한다 잘나고 못난 것이 아니라 얼마나 진실되느냐 거짓되느냐의 증표가 되는 것이 바로 얼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