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물은 스스로 길을 내고
구름은 스스로 허공을 떠돌고
사람은 스스로 물러설 줄 모른다
제 무게만큼 이고 지고
지구 위에 뿌리내려 살면서
잎 내고 꽃 피우고 열매 맺는
여기저기 서 있는 나무보다도
더 못난 자신을 모른다
나무를 보면서 사람살이를 닮았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이곳의 숲은 나무들이 너무 촘촘하게 자라서 정말 인구밀도가 높은 도심을 연상하게 된다 나무가 더 많이 살지 않는 곳에 사람이 더 많이 살고 사람이 더 많이 사는 곳에는 나무가 덜 산다
나무가 사는 모습도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과 다르지 않다 저렇게 멋지게 잘 자란 나무가 왜 태풍에 먼저 쓰러질까 쓰러져서는 머잖아 죽어버리는 모습을 보면서 굴고 짧게 사는 삶과 가늘고 길게 사는 삶들을 생각해 본다
아무리 크게 잘 자라도 땅이 비옥하지 않아 뿌리를 넓게 내리지 않는다면 커다란 몸뚱이를 지탱하지 못하고 바람에 일순간 넘어진다 아무리 작은 나무라도 마찬가지이다 쓰러지지 않을 것 같아도 넘어져 뿌리를 쳐들고 마르고 죽는 과정을 거친다
소란하지 않는 삶도 소란을 피우며 들썩대는 삶도 결국은 살아남아야 가치가 있다 누구에게나 골고루 주어진 삶은 없다 좀 더 갈무리를 하고 덜 헐떡대면서 가끔은 향기로운 시간을 느끼면서 그저 나무처럼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아무리 뻗댄다고 해도 결국 지구 위에서 한 발자국도 벗어나서는 살 수 없는 나무의 존재와 크게 다르지 않을 뿐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행복 사랑 그리움 분노 미음 근심 등을 몸에 담고 살아가는 점이 차이라고 하지만 그게 삶을 알차게 한다고 믿고 인간의 우월성이라 말할 수는 있지만 그게 행복과 동일하다고는 말하지 못할 것 같다
복잡하고 화려하고 현란하기보다는 명쾌하고 간단하고 정확하고 욕심내지 않는 나무처럼 살아가는 삶도 때로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