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에서 인간의 기본 인식은 몸과 정신으로 나누고 몸은 눈(眼根) 귀(耳根) 코(鼻根) 혀(舌根) 피부(身根), 정신은 마음(意)으로 존재하는데 우리는 이 육근을 통해 대상을 분별하고 판단한다.
그런데 우리는 초월적인 진리나 이상세계의 구현하기 위해서는 육근을 통해 구체적으로 현상을 관찰을 해야 한다. 사람의 마음은 화가가 그림을 그리는 행위를 닮아서 자신이 마음먹은 대로 자신의 현실을 그릴 수 있다고 한다.(『화엄경』一切唯心造)
뻘밭을
향해 난
널따란 창으로
석양에 물든 조개구름이
구부정한 기다림을 본다
왕소금 깔고 누운
흰 다리 새우
저무는 해 빛깔 가사(袈娑) 걸쳤다
해탈의 모습으로
열반에 든
와불 한 마리 만나다
-이구재 「새우 소금구이」
시에서 화자는 눈앞에 펼쳐진 현실의 상황에 부닥쳐서 일어나는 마음의 세계를 열어보이고 있다. ‘흰다리 새우’를 먹으면서 열반을 생각하는 것은 평소 화자가 이를 염두에 두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본다 왜냐하면 우리가 어떤 사물을 바라보면서 무의식적으로 떠오르는 생각이 있고 그 생각대로 현상을 바라보고 판단하고 믿기 쉽기 때문이다
시의 화자는 ‘흰다리 새우’가 시각화 되어 있다 화자의 눈에는 갯벌을 향해 난 넓은 창에서 바라보는 ‘흰다리 새우’의 모습은 지는 해의 색 즉, 분홍색을 띤 가사장삼을 걸치고 해탈한 모습으로 열반에 든 광경으로 나타난다. 열반이란 일체의 분노 탐욕 어리석은 소멸상태 번뇌가 모두 사라진 경지로 마음의 근원은 생사의 근원에서 벗어나 영원히 산다는 의미를 지닌다 업력사상에 따르면 육체는 업력으로 출생한 것이므로 육체가 생존해 있으면 완전한 열반에 들어갈 수 없다.
마치 다비식을 행하는 양 하얀 소금 위에서 ‘흰다리 새우’의 몸에 열이 가해지자 온몸이 분홍색으로 드러나는 것은 분홍색의 상징성이 주는 소중함을 뜻하는데 불교에서는 분홍색 연꽃을 열반의 상징으로 여겨왔다 더이상 윤회의 과정에 들어서지 않고 苦 번뇌 윤회의 종식을 의미하는 해탈의 경지는 평등하고 차별이 없으며 구속이나 욕망에서 벗어나는(心解脫) 한편 무지 무명에서 벗어(慧解脫)난 흰다리 새우가 열반에 든 모습을 보게 된다 이는 또한 소승 불교에서는 육체가 사라지면서 완전한 무여의열반(無餘依涅槃)에 든 것으로 화자가 전5식에서 6식으로 나아가는 매개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