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수한 고백들이
얼음장 아래 강물처럼
아무 일 없는 것처럼 흘러가고
강섶에 봄이 오면
그 남은 고백의 찌꺼기들이
물꽃으로 핀다
고백의 높이만큼 높아지는
산에서 그 마음들이 메아리 되고
남은 소리들이 아래로 내려와
바람이 된다
달콤하거나 슬프거나 눈물겹거나
소리 없이 안겨드는 그 음성들이
꽃다발이거나 바람다발이거나
종교가 된다
고백이라는 말을 들으면서 어떤 꽃을 떠올릴까 영원한 사랑을 뜻하는 장미 사랑고백 튤립 수줍은 사랑 작약 맑고 깨끗한 사랑의 성공 안개꽃, 당신의 사랑이 나를 아름답게 한다는 달리아 변치 않는 사랑 리시안셔스의 꽃말들은 어떤 말을 마음에 둘까 고백은 영원한 사랑을 마음 깊이 기억한다는 의미일까 그 순간의 상태일까
사람들의 기억은 한계가 있고 그 고백을 잊을 즈음에 경계와 틈이 생긴다 그래서 그 틈으로 헤어지기도 하고 새로운 고백을 듣기도 한다 아네모네라는 꽃을 실제로 본적은 한 번도 없지만 이름과 사진을 본 적은 있다
미나리아재비과에 속하는 이 꽃은 그리스어의 (Anemos:바람)에서 왔으며 꽃말은 사랑의 괴로움이다 그리스 신화에서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가 사랑에 빠진 미소년 아도니스가 아프로디테의 오래된 연인인 아레스가 보낸 멧돼지에 의해 죽임을 당하고 그때 흘린 피에서 생겨난 꽃이다
속절없는 사랑 이룰 수 없는 사랑 사랑의 쓴맛 등과 같은 사랑에 대한 아픈 기억들을 담은 바람꽃의 일종이다 피어 있는 자태는 곱지만 따면 어느 순간 일그러져 시드는 특성으로 꽃말이 붙여지지 않았을까
고백에는 알림과 시작의 두 가지 의미를 복합적으로 담고 있다 고할고告와 흰 백白으로 이루어진 고백은 마음에 생각하고 감추는 것 없이 말하고 숨김없이 알린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신앙적으로는 자기 죄를 숨김없이 신께 고하고 회개하고 용서를 구하는 참회를 뜻하기도 한다
천주교에서는 신앙고백을 하고 원불교에서는 조석朝夕 심고心告를 의무화한다 여기서 심고心告라는 말은 법회나 의식 등 격식을 갖추어 드리는 때 외에 언제 어디서나 홀로 합장하고 머리를 숙여 각자의 소회를 고백하고 심축 하는 특유한 신앙행위이다 한 번도 원불교와 관련된 장소에 들어가 본 적은 없지만 이 심고心告라는 말에 가슴이 쿵하고 가닿았다
사람들은 흔히 고백이라고 하면 사랑과 관련지어 생각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우리의 일상은 수많은 고백으로 이루어져 있다 시시때때로 이루어지는 제대로 된 고백이 아니라면 무수한 관계들이 잘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도 종종 접한다 정토회에서 법륜스님의 마음 챙김(위빠사나)이 바로 이 고백에 해당하며 이는 무시의 마음 살피기가 아닐까
세상을 살아가면서 어떻게 다 내 마음 같을까 그래서 세상만사가 즐겁고 괴로운 예측불가능한 일들이 일어나고 불안한 마음은 마음속으로 고백하듯 자기 소회를 빌고 바라면서확고한 신념을 다지고 어우러져서 살아간다 자신의 마음을 알거나 타인에게 알리거나 하여 자신의 뜻을 확고히 하려는 고백의 의미는 소중한 자기를 다스리는 하나의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