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제에 의하면 인간의 기억 중 재인식은 일종의 원초적 지각 과정으로서 사물이 눈앞에 있을 때 일어나며 과거부터 지각해 온 것이다. 또 회상은 인간만의 것으로 이전에 경험한 일에 대한 영상으로 재인을 불러들인다.
그에게 식사는 임종 의식과 같았다
중세시대 영주들은, 독살을 피하기 위해
시식 시종을 두었다고 한다.
시식 시종은 독이든 음식을 먹고 살았다.
연한 양고기 살을 맛볼 때마다
두려움은 그의 혀를 마비시켰다
그는 독을 이겨내기 위해
날마다 조금씩 비소를 먹었다
식탁위의 죽음이 불꽃처럼 피어오를 때
그는 일렁이는 자신의 그림자를 보지 않았다.
비소에 익숙해진 그는
강하게 살아남았다
냉장고에서 감자가 싹을 틔우는 동안 네 몸에서 물기가 빠져 나갔지 감자는 어둠 속에서 독이든 보랏빛 눈을 밀어올리며 제 몸을 독으로 바꾸어 갔을까? 소화되지 않은 말들은 위경련을 일으켰지 커튼을 젖히며 신들의 이름을 불렀지 뼈없는 고등어가 택배로 왔다 몸통만 가지런한 진공포장은 손에 쩍쩍 달라 붙었지 군청색줄무늬, 머리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흐르는 물에 세심한 붉은 살이 녹고 식탁에서 주검이 달콤해지고 있다
-위상진 「달콤한 식탁」전문
이 시에서는 ‘식사는 임종 의식’ ‘비소에 익숙해진 그는 강하게 살아남았다’에서는 미각을 통해 접하는 비소라는 정보가 ‘임종 의식’ ‘살아남았다’와 같은 의미적 기억이 나타난다. 기억이란 과거의 경험에서 무엇인가를 얻고 환경에 적응하여 생존하게 하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세심한 붉은 살이 녹고’에서는 섬세하고 세밀하게 표현하는 아상블라주(갖가지 물건을 그러모아서 작품을 구성하는 기법)가 나타나며 감각 감정 특정 장소와 시간에 대한 개인적인 연상 등과 같은 기억을 위해 사용되었다.
위의 시에서 회상은 내적 영상으로 시에서는 중세시대를 살다간 영주들의 독살 장면과 냉장고 속에서 싹을 틔운 감자가 배출하는 보랏빛 독소는 무의식 속에서 일치감을 이루며 현재의 화자가 냉장고 문을 열고 눈앞에 펼쳐진 일상과 연결된다. 그리고 ‘뼈 없는 고등어가 택배’에서는 일화를 배경으로 하는 자서전적 기억이 나타난다. 이 기억은 삶에서 특정 사건으로 환기되는 사건적 기억과 유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