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범 「삶은 옥수수」

by 김지숙 작가의 집

절차적 기억은 생각의 속도를 매우 빠르고 신속정확하게 하면서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도록 기억하는 방식이다



肅然한 處刑場에서도

老炎 견디며

星星한 수염 휘날리고


목이 댕강 잘리는 순간에도

허허- 웃었으리


悲壯함에 입 앙다물다 보면

저처럼 당찼으리


은반 위에 오른 節槪

시험하는 나의 이빨

오히려 허전하다


알참은 비워 / 비로소 완성된다

- 장동범 「삶은 옥수수」 전문



시에서 기억은 의식하지 않아도 쉽게 떠오르는 기억의 편린들이 나타난 이 기억은 습관의 회상적 의미를 지니며 의식적으로 생각하지 않아도 떠오르는 절차적 기억을 의미한다. 또 이 기억은 특정한 일을 어떻게 처리했는지에 대한 기억으로 특정 작업을 담당하여 어떤 일을 어떤 절차방법에 따라 진행했는지에 대한 절차적 기억에 해당된다.

실제로 옥수수의 목이 달아나는 광경을 바라보기보다는 생각 속의 옥수수에 대해 깊이 있게 관찰하는 과정에서 무의적으로 기억나는 모습이다 ‘수염 휘날리고 목이 댕강 잘리는’ 에서는 다 익은 옥수수가 인간의 손에 의해 수확되는 광경을 바라보는 광경에서 화자의 뇌리에는 그 과정에 대한 이전의 옥수수 수확에 대한 여러 기억이 겹쳐지고 되살아나는 절차적 기억이 나타난다.

시에서 해당되는 부분은 ‘處刑場 / 목이 댕강 잘리는 순간 / 은반 위에 오른 節槪’ 와 같이 밭의 옥수수가 잘리고 먹거리가 되어 쟁반에 오르는 과정을 동시다발적으로 떠올리며 설명하는 기억의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는 개인적 감정이 묻어나는 ‘당찼으리 허전하다 비워 완성된다’ 와 같은 표현은 옥수수가 순차적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관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요소로 화자 자신의 체험과 느낌에 중심을 두고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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