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월 20일과 21일의 일기
눈부신 날씨. 세컨 스트릿(2nd street)에서 일하기 전 20분 주어진 여유시간 동안 카페에 들려 카푸치노를 주문하고 밀린 일기를 쓸 때까지만 하더라도 참 좋은 하루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좋아하는 노래인 ‘Morning Sun’이 카페에서 흘러나오고 있었거든.
뭔가 특별한 일이 있었던 건 아닌데, 일이 끝날 때 쯤엔 유난히 지쳐있었다. 어제의 여파인지, 한 주가 끝나가는 금요일이어선지 어깨도 몸도 쑤시고 눈도 아팠다. 집에 가서 오늘 안에 끝내야 할 일들에 스트레스도 느꼈던 것 같다.
고맙게도 남자친구가 데리러 오겠다고 했다. 버스 정류장 앞에 서서 15분 정도 그를 기다리는 시간이 참으로 길게 느껴졌다. 어디쯤이냐 문자하고 싶었지만 운전 중일 그를 방해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가 도착했을 때 고맙다는 말을 먼저 했어야했는데, 다음엔 출발할 때 미리 문자라도 줄 수 있냐 따지듯 물었다. 피곤해보이는 나에게 집에서 마사지를 해주겠다는 그의 따뜻한 말에도 할 일이 있다고 차갑게 받아쳤다. 내가 좋아하지 않는 내 모습이었다-
하루를 망친 건 나였다. 그날 밤 우리는 아무 말도 주고받지 않았다. 나는 노트북 앞에만 시선을 던진 채, 남은 일들을 끝내려 애썼다. 불편한 감정을 안고 일이 잘 될리가. 결국 그날 밤에 일도 관계도 뭐하나 잘 책임지지 못하고 잠에 들었다.
설날이었다. 내겐 반성하고 관계를 회복하는 날이었다. 어제 컨디션이 좋았고 피곤하지 않았다면, 그가 고작 15분 늦었을 때 똑같은 반응을 보였을까 싶었다. 아니-. 감사함을 먼저 표현했겠지.
매일이 늘 1월 19일처럼 바람대로 이뤄지지도, 성취만 가득할 수도, 행복하고 편안하기만 할 수도 없을 것이다. 그렇지 않은 날들이 더 많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날을 경험했을 때, 피곤함과 스트레스, 다른 부정적인 감정이 나를 휘감을 때 이 스트레스를 다른 누군가에게든 넘기려해서는 안된다. 사랑하는 이에게 나의 기분을 털어놓고 위로를 청하는 것과 부정적인 기분을 떠넘기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내가 선택해서 살고 있는 삶. 그 사실 자체만으로 내가 얼마가 복받은 사람인지 알아야해(I have to know how privileged I am) 스스로 맡은 책임과 관련해 스트레스를 주는 상황을 마주하더라도 스트레스가 타인에게까지 옮게 해서는 안된다. 누구에게든 스스로가 겪고 있는 어려움으로 인해 타인을 힘들게 할 권리는 없다.
어제 있었던 일과 관련해 그와 긴 대화를 했다.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그렇게 우리는 평상시로 돌아왔다.
사실 오늘은 봄학기 개강전 마지막 휴일인 토요일이었다. 다음주 학기가 시작되고 나면 토요일에도 일을 할 것이다. 그래서 더없이 소중한 오늘이었다. 크리스찬인 그를 따라 교회를 가고 (난 무교), 그의 첫 몸무게 감량 목표 달성을 축하하며 치팅 데이도 가졌다. 설빙, 김밥, 무한리필 한국 bbq 레스토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