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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니야 May 02. 2024

그아이, 이상한 아이와 나의 서른.

1. 난 그아이를 유심히 쳐다보기 시작했다. 이상한 아이라는 생각과 함께

꽤 긴 시간이 지난 느낌이다. 

출발한지 거의 30분 이상 지나 고속도로 위로 올라왔다. 

어차피 버스만 4시간 타야한다. 

뭐하러 면회는 간다고 했을까? 후회가 된다.

평소 연락도 안 하고 지내다 무슨 생각으로 가겠다고 한 건지. 출발한 지금도 의문이다. 

어디서 그런 용기가 생긴건지 알 수 없다. 

문득, 그녀에게 전화가 하고 싶었다. 

어떻게 지내는지도 궁금하여 휴대폰을 뒤져 찾아낸 전화번호. 이제는 이름 세자가 다 기억나지 않는 오래된 인연이 되었다. 


"응." 

신호음이 끝나자 마자 들리는 간결한 한마디. 여보세요는 절대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저 한마디는 좀 예외다. 며칠전에 통화한 듯 '응' 한마디로 우리의 서먹함이 날아가버린다.

"나야."

"알고있어. 왜"

"잘 지내는지 궁금해서."

"무소식이 희소식이지?"

"잘 지낸다는 말이구나."

"아니. 소식 전할려고 텔레파시 보냈는데, 받고 전화한거 아니야?"

"그게 텔레파시야? 그래서 어쩐지, 전화하고 싶더라."

장난기 묻은 내 목소리에 내가 놀란다.

"텔레파시는 왜 보낸거야?"

"목소리가 듣고 싶어서."

"니가 전화하면 되지."

"아니, 니가 하는 전화 받고 싶어서."

얼버무리는 것도 여전하다. 우리 사이에 지난 시간은 없는 듯하다. 2년이 이틀 같다.

"그래서, 어떻게 지내?"

"입원했어. 병원이야."

"많이 아파?"

"의사가 입원하자고 해서 입원했어."

"수술해?"

"아니. 그냥 주사 맞자고 했어."

"응. 그렇구나."

"면회 올래?"

"응?"

"병문안 오라고."

"응. 알았어."

나도 모르게 알았다는 말을 해버렸다. 

"모레쯤 가면되나? 내일은 쉴 수가 없어."

"응. 다음 주쯤 퇴원하니까. 이번 주에 오면 되네."

"내일 출근해서 연차 쓸 수 있는지 확인하고 모레나 그 다음날 갈께."

"주말에 와도 돼."

"주말에는 약속있어."

"그래, 그럼 출발할때 전화해."

문득 궁금하여 전화했다가 뜬금없이 면회를 가게되었다. 

그렇게 서둘러 연차 신청을 하고 버스를 타게 되었다.



그와의 첫만남은 벌써 아득한 어린 시절이 되어버렸다. 초등학교 5학년, 내나이 12살때이다. 

당시 아빠와 이혼한 엄마를 따라 어느 이층 다가구 주택에 살고 있던 어느날, 내또래 여자애가 있는 가족이 이사를 왔다. 작은 얼굴에 빼빼마른 그 아이 얼굴의 절반은 코가 차지하고 있었다. 이층 계단에 서있던 나를 쳐다보며 가만히 서있던 그아이는 겁이 많고, 수동적인 아이였다. 

그 아이는 혼자서 무얼하는 일이 없었다. 항상 아이의 엄마가 무엇인가를 시키면 했다. 엄마외 다른 사람이 시키는 일은 잘 하지 않았다. 심지어 아이의 아빠가 심부름을 시켰는데 계단앞에서 머뭇거리며 나가지 않고 서 있다가 엄마가 갔다오라고 해야 집을 나섰다. 

반면 그아이의 동생은 활발하고 항상 무엇인가를 하는 아이였다. 그런 아이의 가족은 나의 관심을 끌지 못했지만 가끔, 그아이 혼자서 무엇인가를 하고 있을 때는 눈길이 갔다. 


어느 여름밤, 2층의 3가구가 사용하는 공용 화장실에서 그아이가 거울을 들고 들어갔다. 그 날은 누나가 수학여행을 가고 없어 혼자서 늦게까지 TV를 보다 열린 현관문으로 지나가는 그아이를 보았다. 밤에 혼자 어딜 가는 아이가 아닌지라 유심히 쳐다보았다. 손에 들린 거울과 과일칼을 보는 순간 호기심이 생겼다.

나는 조용히 그아이를 지켜보았다. 공용 화장실로 들어간 그아이의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도대체 이시간에 화장실에서 무얼하는지 궁금한 나는 가만히 다가갔다. 그아이의 중얼거림은 알아들을 수 없었다. 

너무 궁금한 나는 무심결에 노크를 했다. 

"아이, 씨."

또렷하게 들리는 그아이의 목소리에 깜짝 놀랐다. 그아이가 그런 말을 하는 것을 처음 들었다. 

문을 열고 나오는 그 아이의 얼굴이 창백했고 코가 더 커 보였다. 

"뭐하냐?" 

"몰라도 돼."

"그래서, 보였어?" 문득 떠오른 생각에 내가 물었다.

"뭐가?"

"미래의 신랑감."

그아이가 눈을 크게 뜨고 나를 봤다. 

"어떻게 알았어?"

나는 대답대신 눈으로 아이가 들고 있는 거울을 쳐다보았다.

"아~, ......"

"봤어?" 아무말없는 아이에게 재차 물었다.

"너가 노크해서 끝까지 못봤어."

내앞을 지나는 그아이의 귀가 빨갰다.

"근데, 넌 어떻게 알았냐?" 갑자기 뒤돌아서 물었다.

"며칠전에 너랑 동생이 하는 말 들었어. 근데, 정말 보였어?, 궁금해서."

그아이는 눈을 흘기고 고개를 돌려 집으로 향했다.

"안 무서웠어?" 나는 정말 궁금했다.  

"몰라."

그아이는 집으로 들어갔다. 

그 날 이후 난 그아이를 유심히 쳐다보기 시작했다. 이상한 아이라는 생각과 함께.


다음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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