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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문득, 나는 이런 의문이 들었다.

1. 요즘 의사는?

by 나니야

우리주위에는 많은 직업이 존재한다. 그러나 그 직업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생기는 것은 직업이기에 생기는 스트레스라고만 하기에는 심각한 상황이 요즘의 직업스트레스이다. 특히 목숨을 다루는 직업을 가진 경우에 생기는 스트레스는 어마무시하다고 할 수 밖에 없다. 자신이 최고라는 최면이라도 걸지 않으면 견디기 힘들게 되고, 급기야 자신이 최고라고 믿어버리게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래서 의사들이 일명 "싸가지"가 없다. 왜? 잘났으니까. 남들과는 다른 특별한 교육을 받은 엘리트들로 인간의 목숨을 구하는 사람들이니까. 하지만, 그들은 존엄한 죽음에 대해서는 얼마나 많은 생각들을 하고, 얼마나 많이 인간성을 지켜줄 수 있을까? 나는 의문이다. 그런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요즘같은 100세 시대에 어떤 죽음에 대한 존엄성을 인정하는지...


의료인들은 지켜야 할 책임감이 타 직종과는 다르다. 물론 타 직종이 책임감이 덜하다는 이야긴 아니다. 다만, 의료인들의 책임감은 목숨과 연관되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기에 더욱 중하게 짓누른다. 그래서 실수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확인하고, 또 확인하는 버릇이 생기고, 내가 잘 하고 있는지 확신이 없어 자꾸만 움츠려 들고 자신감이 점점 떨어지지만, 그런 모습이 보이는 순간 환자나 보호자는 불안하다. 내 목숨을 저런 초짜나 미덥지 않는 사람에게 맡길수 있는지 불안한 눈동자로 아래 위를 훝어보게 되는 것이다.

요즘 의대생들이 일반의 시험에 합격하고 인턴과정을 끝낸 후에도 폴리카테터라고 하는 소변줄도 한 번 제대로 못한 선생님들이 많다고 한다. 그러니 우리가 흔히 콧줄이라고 부르는 레빈튜브를 한번도 못해본 의사들이 존재한다. 우리들 사이에서는 흔히 우스개 소리로 농담처럼 이야기하지만 사태는 심각하다. 인터넷의 발달로 정보가 넘쳐흐르니 일반인들도 병원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의 직업에 어떤 것들이 있는지 모르는 사람이 없다. 설사 모른다해도 병원에 입원하면 옆에서 가르쳐 주는 보호자나 환자가 있다. 그래서 첫입원이라도 삼일만 지나면 누가 인턴이고, 누가 레지던트고, 저 선생은 성격이 어떻고, 저 간호사는 이 병원에서 제일 주사 잘 놓고... 이런 소문들이 가만히 누워만 있어도 와서 이야기 해준다. 이러니 사람에게 폴리 한 번도 안해본 의사가 생길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대학병원급에서는 많은 인턴과 레지던트가 존재한다. 요즘의 좀 안다는 보호자들은 명찰의 약자만으로도 병원에 존재하는 많은 전문가 집단을 알아내고, 그 중 누가 시니어인지 주니어인지 알아낸다. 그래서 시술을 거부하기도하고, 특정인이 아니면 받지 않겠다고 선택하기도 한다. 한때는 그런 선택에 돈을 지불해야 하기도 했지만, 입원하여 시술을 받게되면 초짜에게 소중한 내 몸을 맡길수 없다는 원리가 적용되면서 몇만원은 아까운 돈이 아니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환자나 보호자들이 시술자를 선택하게 되니 인턴들에게 아무도 내 팔의 정맥과 내 부모의 코와 위장을 맡길수 없게 되는 것이다. 내 가족은 소중하니까. 그런 심정을 모르지는 않지만 의사에 대한 신뢰도가 옛날 같지 않다는 것은 현실이다. 의사에 대한 신뢰도!!! 우리나라에는 한때 엄청났다, 그 신뢰도라는 것이.

한때 심장병으로(정확히 말하면 협심증)으로 얼마살지 못할 것이라는 진단을 받았지만 85세가 넘도록 잘 살고 계시는 내 아버지의 말에 의하면 "의사는 허가낸 도둑놈"이라는 표현을 사용할 정도로 의사에 대한 신뢰가 대단한 사회분위기가 있었다. 물론 지금도 의사는 정년이 없다. 그래서 90이 넘어 파킨슨으로 손이 떨리고, 생각을 잘 못해도 의사면허증 하나로 월급을 받으시는 분도 있다. 그리고, 어떠한 시술이나 수술로인한 합병증이던 아니면 다른 의료사고로 의심되는 경우로라도 사람이 죽어도(유명한 사건은 신해철의 죽음이다) 우리나라의 의사는 면허가 취소되지 않는다. 다만 몇년간 정지될 뿐이다. 그러고는 또다시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개원을 하고, 진찰을 하고, 수술을 한다. 그래서 요즘 아버지의 표현이 정확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버지는 지금도 '우리집안에 허가낸 도둑놈이 하나도 없는 것이 아쉽다'고 한다.


이런 요즘에 요양병원이라는 틈새시장이 이제는 대세가 되어가고 있는 느낌이다. 여기 저기서 많이 볼수있는 요양병원은 이미 우리에게 너무 가까이 와 있는 것이다. 친적 중 누구 한 명 정도는 요양병원에 입원했던 경험이 있거나, 현재 입원 중이거나, 아니면 입원을 알아보고 있다. 그만큼 우린 각자의 생활이 바빠 나이드신 부모님을 집에서 모실 수 있는 환경이 아닌 생활을 하고 있다. 요양원과 요양병원에서 고민하는 자녀들이 내 주위 사람들이다. 아픈 부모를 집에서 돌볼 사람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가정의 걱정거리인 것이다.


Dec-31.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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