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것과 거리두기

좋아했던 것이 어느 순간 부담으로 느껴질 때가 있나요?

by 윤슬

나의 대부분은 그랬다. 너무 좋아서 시작했던 것들이 한순간에 부담으로 바뀌어 나를 옥죄었다.

그래서 좋아하는 걸 직업으로 삼지 말라고 하는 것일까.


내가 좋아했던 수많은 것들이 지금은 대부분 사라지고,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이제는 무언가를 좋아하는 것도, 그 좋아하는 것을 시작하는 것도 두려워지고 주춤하게 된다. 아예 시작은 하지도 못하고 그냥 그저 좋아하는 마음만 간직하고 있는 것도 있다. 참 바보 같은 짝사랑이다. 고백도 못해보고 혼자 간직하는 그런 짝사랑.


그렇게 간직해 온 것들 중 겨우 용기 내어 시작한 글쓰기. 처음은 호기로운 시작이었다. 나의 생각, 나의 고민들을 글로 정리하고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좋았고 그것을 여러 사람들과 나누며 함께 공감하는 공간이 생겼다는 사실에 벅찼다. 하지만 그것도 오래가진 못했다. 나를 돌아보고, 나를 위한 글을 쓰겠다고 다짐한 것들이 무색하게 어느새 나는 글을 게시하지 못하는 것에 부담감을 느끼고 있었다. 며칠간 흰 바탕에 커서만 깜빡이는 것을 하루 종일 바라보기만 했다.


깜빡깜빡. 제목 하나 쓰기도 어려워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며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결국 모니터의 종료 버튼과 함께 나의 하루의 전원도 꺼졌다. 만족스럽지 않은 글에 대한 답답함과 이렇게 또 좋아하는 것을 잃어버리는 게 아닐까 하는 불안감. 오늘도 이런 감정들에 휩싸인 채 화면만 바라보다가 무심코 고개를 돌려 바라본 곳에는 쓰다만 뜨개실이 쌓여있는 바구니가 있었다.


'오랜만에 뜨개질이나 한 번 해볼까?'


한 시간, 두 시간. 오늘도 그냥 흘러가나 했던 하루가 뜨개질로 채워졌다. 시험기간에 공부 빼고 모든 것이 즐거운 것처럼 글쓰기 대신 하는 뜨개질이 얼마나 재미있었는지 모른다.


뚝딱. 가방 하나를 완성한 후 든 생각은

내가 좋아했던 게 사라진 것이 아니구나.
언제든 다시 꺼내어 좋아할 수 있는 것이었구나.


그리고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좋아하는 것이 항상 한결같이 좋기만 할 수는 없다. 때론 버겁기도 하고, 부담이 되기도 하고, 아니면 아예 싫어지기도 할 것이다. 그럴 땐 좋아하는 것에서 잠시 벗어나 다른 것을 즐기고 자연스럽게 시간이 흐르도록 놓아둔다면 언제든지 다시 좋아할 수 있고, 시작할 수 있다.


나는 그저 좋아하는 것을 맘껏 좋아하고 내 마음에 충실하면 된다. 싫은 것을 붙잡고 있을 필요도, 좋은 것을 좋아하지 못하게 막을 필요도 없다.


좋아하면 하고, 싫어지면 잠시 거리를 두면 된다. 그거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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