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느린 것 같아 불안한가요?
빨리빨리의 나라 대한민국.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겐 속도가 생명이다. 이동수단, 인터넷, 통신뿐만이 아니다. 건물 짓는 속도, 배송과 배달 등 모든 것이 빨라졌다. 그 어느 나라보다 빠르지만 우리는 아직 만족하지 못했다. 아직도 더 '빠르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또 찾는다.
덕분에 우리는 한정된 시간을 최대한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시간을 확보하고자 하는 이유는 아마도 편리하고 여유롭게 살아가는 삶을 위해서가 아닐까 싶다. 이제는 스마트폰 하나만으로도 모든 것을 할 수 있다. 심지어는 고민하고 결정하는 시간마저도 모두 확보되었다. 시간은 충분하다. 그런데 나는 왜 여전히 여유를 찾지 못했으며 조급하고 불안한가.
여기서 간과한 점이 있다. 우리는 외부의 환경만 '빠르게' 변화시킨 것이 아니다. 우리의 인생도 '빠르게' 살아가도록 변화시켰다. 태어날 때부터 남들보다 빨리 걷고, 더 먼저 말이 트이면 우리는 부모의 자랑거리가 되었다. 어느 순간부터 선행학습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으며, 초고속 승진과 각종 최연소 성공 사례에 사람들은 열광했다. 그리고 그것들이 우리 인생의 기준이 되었다. 대부분이 이렇게 정해진 기준대로 살아갔고 조금이라도 이 기준에서 벗어나면, 노력하지 않은 사람이 되었다.
나의 불안의 원인은 여기에 있었다. 이 시간을 불안으로라도 채우지 않으면 나는 노력도 하지 않고 의지도 없는 사람이 될 테니까. 그렇기에 나에게 아무리 많은 시간이 주어져도 나는 그 시간을 여유롭게 즐길 수 없다. 그저 지금 이 시간에도 나보다 먼저, 나보다 빠르게, 나보다 높은 곳으로 나아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매번 나의 위치를 확인할 뿐이다.
좀 느리게 가면 어떤가. 좀 돌아가면 어떤가. 잠깐 쉬어가면 또 어떤가.
나는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것보다 걸어서 이동할 때, 길가에 핀 들꽃을 더 자세히 보게 된다. 고개를 들어 더 높은 하늘을 보게 된다. 더 다양한 사색을 즐기게 되고, 그날의 날씨를 더 온전히 느끼게 된다. 시간은 더 오래 걸리더라도 말이다.
내 시간을 조금 더 할애하더라도 나의 주변을 살피고, 계절을 느끼고, 생각을 정리하는 것.
그게 여유이지 않을까?
나는 느리기만 한 더딘 인생이 아닌 완행인생을 살아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