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제대로 알기 전에 후배를 아는 건 불가능하다
'드디어 아주 오랫동안 갈고닦아온 좋은 선배 되는 법을 발휘해 봐야지,' 하며 준비된 마음으로 선배가 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대부분 나이가 들고 연차가 쌓이면 자연스럽게 대리가 되고, 대리가 되니 자기 밑에 막내 사원이 들어오는 식의 시간을 거쳐 팀장과 같은 보직자의 자리까지 가게 된다. 이렇게 눈 떠보니 갑자기 선배역할을 하게 된 상황에 놓였다면 자기 객관화 작업이 필수이자 가장 선행되어야 할 일이다.
1. 자만하지 마세요.
'그땐 내가 정말 잘해서 칭찬받는 줄 알았는데, 그땐 내가 정말 잘해서 혼나지 않는 줄 알았는데 연차가 쌓이고 선배가 되어보니 그때 나의 사수가 정말 좋은 분이었구나'라는 말에 공감하는 사람이 꽤 많을 것이다. 이렇게 시간이 흐르고 상대의 입장이 되어본 후에야 깨닫게 되는 것들이 있다. 이것은 누군가의 선배가 된 후에도 마찬가지다. 지금 나는 잘한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먼 훗날의 나는 지금의 내가 아주 부족하거나 부끄러워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연차가 쌓였다고, 나이가 들면서 연륜이 생긴 것 같다고, 성과가 좋다고, 인맥이 좋다고, 업계에서 평판이 좋다고, 어디 가서 칭찬만 듣는다고, 힘든 팀에 있었다고, 내 힘으로 가게를 차렸다고 자만하지 말자. 자만하게 되는 이유는 수도 없이 많다. 누군가를 지도편달하거나 누군가의 모범이 되거나 누군가에게 비전을 주고 업무를 가르쳐야 하는 위치에 놓였다면 '그래도 나 정도면 괜찮지 않아?'가 아니라 '내가 부족한 게 뭐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물론 당신은 정말 잘난 사람일 수도 있다. 하지만 성장이라는 것은 무한한 것이다. 현재 상황보다 더 괜찮은 내가 되기 위해서는 나도 부족할 수 있음을 인정하고 자만하지 않는 마음을 갖는 게 첫 번째 스텝이다.
2. 내가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을 객관적으로 파악하세요.
자기 역량 점검이다. 난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좋은 것 같긴 해,라고 두리뭉실하게 생각하며 긍정적으로 넘겨짚지 말라. 내가 친하고 편한 거래처, 늘 계약 관계였던 거래처와의 커뮤니케이션만 잘하는 건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 만약 정말 강성인 상대방, 계약 협의가 어려운 거래처, 큰 사고로 인해 이미 신뢰 관계가 무너진 거래처라면? 갑자기 면담을 요청하며 불만을 토로하는 후배가 나타난다면? 난 이런 상황에서도 커뮤니케이션으로 상황을 뒤엎거나, 격양된 상대방을 차분하게 만들 수 있다거나, 성과를 낼 수 있을 정도로 커뮤니케이션 역량이 좋은가? 그 정도로 뛰어난가?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좋다면 어떤 부분에서 좋고 어떤 부분에서 개선이 필요한가? 냉정하게 판단해 볼 필요가 있다.
내가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점에서도 마찬가지다. 학창 시절에 수학을 싫어하거나 못했다고 해서 실적 관리 같은 업무를 무조건 못한다고 할 수 없다. 본인이 그런 직무를 맡았었고 해당 직무 역량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면, 그것이 정말 객관적 피드백과 결과물에 근거한 것인지 아니면 본인이 숫자를 싫어한다는 거부감에 부풀려진 과장된 생각인지 제대로 판단해 보자. 진짜로 역량이 부족한 상황일 수도 있지만 스스로를 과소평가하는 상황이었을 수도 있다. 같은 직무를 하고 있던 비슷한 연차의 동료 대비 나의 퍼포먼스가 어땠는지 정확히 판단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장단점을 스스로 판단하기 어렵다면 주변 동료나 상사 혹은 후배에게 솔직한 피드백을 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3. 관계 속에서 생기는 나의 니즈를 파악하세요.
나는 어떤 사람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는지 생각해 보자. 나는 선배들에게 어떤 후배인가? 나는 어떤 선배를 좋아했고 어떤 선배가 마음이 편했는가? 조금은 퉁명스럽거나 까칠하더라도 일 하나는 기깔나게 알려줬던 선배가 가장 멋있어 보였는가? 아니면 업무 역량은 조금 부족하더라도 나를 보듬어줄 수 있는 선배, 나를 감정적으로 지탱해 줄 수 있는 선배가 좋았는가? 다 필요 없고 내가 속한 팀을 최고로 만들어주는 능력만랩 선배가 좋았는가? 내가 좋아하고 선망하고 의지했던 선배의 모습을 생각해 보면 내 모습을 되돌아볼 수 있다. 능력만랩인 선배를 좋아했다면 나는 보다 야망적인 사람일 수도 있고, 내가 감정적으로 의지할 수 있는 선배를 더 좋아했다면 나는 일하면서 느끼는 동료애, 팀워크, 과정의 기쁨 등을 더 중시하는 사람일 수도 있다. 이렇게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생기는 나의 니즈를 파악해 보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아래와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물어보고 대답해 보자.
나는 어떤 성격의 선배가, 팀원이, 부사수가 가장 좋았는가/싫었는가? 나와 어떤 점이 비슷해서/달라서 좋았는가/싫었는가?
나는 회사에서 어떤 인간 군상의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하는가? 그 이유는 무엇인가?
회사에서 내가 가장 거슬리는 사람들의 행동은 무엇인가? 그 이유는 무엇인가? 나도 그런 행동을 하는가?
내가 회사 사람들에게 가장 바라는 한 가지가 있다면 무엇인가? 그 이유는 무엇인가?
지금 팀에서 가장 필요 없다고 생각되는 사람은 누구인가? 그 이유는 무엇인가? 내가 그 사람의 상황에 놓여있다면 나는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나라면 필요한 사람으로 바뀔 수 있는가?
4. 나의 갈등해결 방식에 대해 생각해 보세요.
타인과의 갈등, 나 스스로와의 갈등, 업무와 나 사이의 갈등 등, 여러 갈등상황에서 나는 어떻게 행동하고 대처하는지 파악해 보자. 누군가와 얼굴 붉힐 일이 생겼다면 나는 어떻게 행동하는가? 누군가는 상대방의 코를 납작하게 할 만한 일격을 가해야만 속이 풀리는 반면, 누군가는 다 내가 잘못해서 벌어진 일이 아닌지 과하게 자책하며 발을 동동 구를 수도 있다. 누구는 그저 상황을 회피하고 싶어 할 수도 있다.
중요한 일이 몰려오면 나는 어떻게 행동하는가? 갑자기 이메일이 산더미 같이 쌓인다면? 이 또한 업무와 나 사이에서 벌어지는 갈등/긴장 상태로 볼 수 있다. 필자의 경우 신입사원 때 중요한 이메일 확인을 뒤로 미루는 습관이 있었다. 중요한 일일수록 써야 하는 두뇌 에너지가 많았기에 그렇게 신경을 곤두세우며 일하기 싫어 자꾸만 확인을 뒤로 미루었던 것이다. 이 측면에서 나는 회피형에 가까웠다.
누군가가 일방적인 잘못을 저질렀다면 당신은 무엇을 원하는가? 나는 꼭 사과를 들어야만 직성이 풀리는가? 상대가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고 깔끔하게 사과하는 것이 좋은가, 아니면 상처받거나 화난 나의 감정을 공감해 주는 것이 좋은가? 아니면 그냥 문제 해결만 해주면 아무 상관도 없는가? 내가 갈등 상황에서 어떤 태도를 가지고 어떻게 갈등을 해결해나가냐에 따라 사회생활의 양상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이는 특히 후배와의 관계에서도 매우 중요하기에 미리 나의 성향이 어떤지 잘 파악해 두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