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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키리 Sep 16. 2024

02. 제발 아무나 뽑지 마세요

아직도 면접 10분 전에 이력서만 후딱 읽고 사람을 뽑는다면

사람들은 좋은 선배가 되고 싶다면서 생각보다 채용을 대충 한다. 지금 당신은 아마도 이런 생각을 할지 모른다. 


        1. 좋은 선배가 되는 게 채용과 무슨 상관인가요? 

        2. 공들여 뽑는다고 좋은 사람이 들어오면 진작에 그렇게 했게요?


위 질문에 대한 답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보자. 


좋은 선배가 되는 게 채용과 무슨 상관인가요? 


채용을 통해 좋은 후배를 뽑아야 좋은 선배가 될 확률이 높아진다. 그렇기에 채용은 좋은 선배가 되는 길과 직결된다. 좋은 후배란 무엇인가? 좋은 후배란 당신과 맞는 후배다. 세상에 그냥 좋은 사람은 널리고 널렸지만 당신과 맞는 사람은 소수다. 후배도 당신과 맞는 사람을 찾아야 한다. 맞는 사람끼리 서로에 대한 관계, 서로에 대한 이해, 서로에 대한 평판이 더 좋을 수밖에 없는 건 당연한 이치다. 당신과 맞는 후배는 당신을 좋은 선배로 생각할 확률이 그렇지 않은 상황보다 훨씬 높다.


여기서 '맞는 사람'이라는 건 '무슨 일이 생겨도 죽을 때까지 우리 우정 포에버' 할 수 있는 사람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맞는' 후배란 지금 당신의 니즈를 현실적으로 가장 잘 충족해 줄 수 있는 사람이다아무런 필요가 없는 데 채용을 하는 경우는 없다. 채용을 하게 됐다면, '지금' '당신'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 제대로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크게는 아래 두 가지 영역에서 생각해 보자.


1) 나 자신에게 (보완이) 필요한 것

만약 스스로 '나는 회의를 할 때 30분 이상 집중을 못 하고 자꾸 딴생각을 해서 내용을 잘 잊어버리네,' 라고 생각한다면 이런 점을 보완해 줄 꼼꼼한 후배를 뽑는 게 중요하다. 혹은 '내가 맡은 일이 A, B, C인데 C는 갑작스럽게 맡게 되어 자세한 실무 지식이 부족해.' 라고 느낄 수도 있다. 이런 경우라면 내가 C에 대한 큰 의사결정을 할 때 실무단에서 자잘한 실수가 없도록 A, B는 조금 덜 알더라도 C에 대한 실무 경험이 많은 직원을 채용하는 게 핵심일 것이다. 이렇게 현 상황에서 본인에게 부족해 타인의 역량을 통해 채움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면, 나에게 꼭 필요한 사람을 잘 뽑을 확률이 높아진다. 그 밖에 자신을 객관화하는 작업은 전편에서 상세히 소개했기에 여기서는 생략하고 넘어가도록 하겠다. 


혹은 꼭 보완이 아니더라도 내가 원하는 다른 니즈가 있을 수도 있다. 일을 잘하면 좋겠지만 나는 그보다도 무엇이든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자세를 가진 후배가 좋아, 그런 사람이어야만 장기적으로 이 직무를 잘 해낼 수 있어. 라고 생각할 수 있다. 아니면 이 직무에서는 너무 진취적인 사람보다 반복적 업무를 지치지 않고 해낼 수 있는 '존버' 정신이 있는 사람이 필요해, 라고 느낄 수도 있겠다. 본인이 금번 채용을 통해 원하는 후배상이 무엇인지 고민해 보고 그런 그림을 미리 가지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그저 어떤 장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나타났을 때 '다 좋다'는 식으로 무분별한 채용을 해버릴 수도 있다. 누군가가 100개의 장점을 가지고 있어도 그게 지금 당신이 처한 상황에 꼭 필요한 장점이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을 꼭 기억하자. 


2) 나의 팀에게 (보완이) 필요한 것 

새로 들어올 후배가 팀 전체에서 어떤 위치에 있게 되는지 보다 큰 그림을 살펴보자. 나와 얼마나 잘 맞는지가 중요한 만큼, 다른 팀원들과의 합, 팀 전체와의 합도 매우 중요하다. 이미 A 역량이 매우 뛰어난 다른 팀원이 있다면 새로 들어올 후배는 A 보다 B 역량이 돋보이는 사람을 뽑는 게 나을 수도 있다. 서로 보완 가능하기 때문이다. 팀원이 3명인데 3명 다 A만 잘하면 안 된다. 기존 팀원들의 성향이나 기질을 고려했을 때 새로 들어오는 사람이 어떤 사람이면 좋을지, 아니면 그런 고려가 크게 상관없는 상황일지도 생각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산업, 직무, 조직 문화 등에 따라 팀원 간의 유대관계가 업무 퍼포먼스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곳도 있고, 또 어떤 곳은 팀원 간 긴밀한 협업이 많아 개개인의 성향이나 기질, 팀원 간 친밀도 등이 업무 퍼포먼스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경우도 있다. 당신의 팀을 하나의 음식이라고 생각하라. 손님에게 음식이 나가기 전 마지막 2%가 부족하다. 지금 이 순간 어떤 재료가 가장 필요할까? 어떤 재료를 넣어야 완벽한 음식이 될까? 전적으로 당신의 선택에 달렸다. 




위와 같이 당신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아냈다면 그런 사람을 어떻게 뽑나요? 라는 의문이 들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런 사람을 뽑을 수 있는 공식은 없다. 채용은 수학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사람을 뽑을 확률을 높이기 위해 꼭 명심해야 할 것들이 있다. 


1. 제발 그냥 추천받았다고 아무나 뽑지 말자. 

일단 친하고 믿을 만한 누군가가 추천해 주면 더 알아볼 생각도 안 하고 면접에 올리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그런 면접에서 대충 성격 괜찮고 여태까지 쌓아온 커리어도 나쁘지 않다 싶으면 '다른 후보도 없는데 뽑지 뭐,' 하며 최종 합격시키는 일도 적지 않다. 혹은 거래처로 알게 된 사람인데 거래처일 땐 참 괜찮았다고 뽑아버리는 경우도 있다. 그렇게 대충 뽑아 놓고 안 맞으면 내가 기대했던 것과 다르네, 생각보다 별로네, 라고 쉽게 사람을 평가하기도 한다. 이렇게 대충 뽑아놓고 나와 잘 맞고 내 기대를 모두 충족시키는 사람이 나타났다면 오히려 그게 더 이상한 일 아닐까? 당신이 대충 뽑아놓고 마음에 안 든다고 말하는 그 후배는 어딘가에서 빛나는 인재였을 수도 있다. 


이렇게 뽑으나 저렇게 뽑으나 다 비슷하니 그럴 바엔 추천이라도 받아서 지인 검증이라도 된 사람을 뽑는 게 낫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맞다. 추천이 그래서 중요하기도 하다. 제대로 된 추천은 괜찮은 후배를 만날 확률을 높이고 당신의 시간과 비용을 절약한다. 만약 당신이 정말 추천을 통한 채용의 장점을 믿는 사람이라면 해당 지원자를 추천해 준 사람에게 꼭 제대로 된 검증을 거쳤으면 좋겠다. 이 사람을 추천하는 이유가 무엇인지(알고 보니 그냥 사람들이 괜찮다던데? 라고 대충 추천해 준 거 일수도 있다), 같이 업무를 해봤는지, 이 사람의 장단점은 무엇인지, 이 사람이 어떤 직무/팀과 맞을 것 같은지 등, 최소한의 확인 절차를 거치도록 하자. 


만약 당신이 누군가를 추천해 주는 입장이라면, 절대 아무나 추천해주지 말아라. 당신이 누구를 추천하느냐도 당신의 평판과 직결된다. '도대체 그 사람은 이런 사람을 뭐가 좋다고 강추한거야?' 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다면 정말 본인이 추천할 수 있는 이유가 확실한 사람만 추천해야 한다. 본인의 인맥이나 네트워크를 과시하기 위해 '저 아는 사람 많아요' 하는 식의 추천은 독이 될 확률이 높다. 만약 지인의 지인 등을 통한 추천이라면 본인이 어디까지 검증할 수 있는 사람인지, 본인이 어디까지 아는 사람인지 확실히 전달할 필요가 있다. 


2. 대충 하는 면접관이 되지 말자. 유효한 질문을 건네자. 

면접 보기 10분 전에 이력서 대충 읽고 대충 들어가서 대충 질문하고 면접을 끝내지 마라. 본인이 생각하기에 어떤 단점이 있냐는 틀에 박힌 질문 같은 것도 하지 마라 (어차피 꾸며내서 대답하고, 이런 질문하면 정말 준비 안 된 면접관인 거 다 티난다...). 일할 시간도 없는데 이력서 볼 시간이 어디 있냐고? 지금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일이 당신과 맞는 후배를 뽑는 일이다. 이보다 중요한 일이 어딨다고, 채용 프로세스를 절대 소홀히 하면 안 된다. 나와 마주할 사람에 대해 미리 공부해서 정확하고 중요한 질문을 준비해야 한다. 나의 니즈를 채워줄 수 있는 사람인지, 그런 부분이 이력서에 있는지/없는지, 내가 알고 싶은 이 사람의 성향은 무엇인지, 갈등해결방식은 어떤지 등등, 내가 꼭 알아가고 싶은 게 무엇인지를 명확히 알고 면접에 임해야 한다. 



공들여 뽑는다고 좋은 사람이 들어오면 진작에 그렇게 했게요?


당신의 목표는 공들여 좋은 사람을 뽑는 게 아니다. 공들여 좋은 사람을 뽑을 확률을 높이는 것이다. 다시 강조하자면 채용은 수학 공식이 아니다. 올바른 인풋을 넣는다고 해서 원하는 만큼의 아웃풋이 나오지 않는다. '까봐야' 아는 변수가 있는 게 채용이다. 모든 관계는 겪어보고, 겪으면서 체험해야 안다. 


무엇보다 채용 과정에 공을 들이는 것은 선배의 의무다. 의무를 다 하지 않으면서 불평할 권리를 요구하면 안 된다. 내가 소홀히 뽑아놓고 불평불만할 수 없는 것이다. 좋은 선배가 되는 것은 선배의 의무를 다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그리고 그 의무의 시작은 채용을 제대로 하는 것, 채용에 당신의 마음을 쏟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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