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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ad Aug 17. 2023

노안에 대처하는 비기(祕技)

그래도 마법의 약물이 있었으면...

 나는 몇 년 전부터 노안에 시달리고 있다. 시달리고 있다고 표현한 이유는 책과 논문을 수시로 읽어야 하는 나에게는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고 노안을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효과적인) 약물 내지는 수술이 없어 앞으로도 이 증상은 계속해서 나를 괴롭힐 것이기 때문이다. 30살 즈음부터 비교적 일찍 비문증이 발병(?)하고 비문증에 계속해서 시달려온 나로서는 노안이라는 새로운 증상에 앞으로 '시달릴' 불편을 집작 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기실 눈에 관한 질병 중에는 녹내장과 같은 난치병이 많지만 치료제의 개발은 느린 것 같다. 물론 노안이라는 것은 질병이라기보다는 노화의 한 현상이라고 하니 마법의 약물을 기대하느니 불편을 최소화하거나 그 불편을 신경 쓰지 않는 쪽으로 생각하는 것이 더 현명할 것이다.


 때때로 어떤 것들은 마땅한 해결책이 없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무언가를 해결하려는 노력 자체가 다 의미 없는 것은 아니다. 심지어 억지로 해결하려는 노력보다는 무마, 봉합, 단순한 사실인정, 원인의 제3자적 진단, 결론 없는 언쟁 등이 더 현명한 경우도 있다. 모든 것에 해결책이 준비되어 있지 않은 탓도 있지만 세상의 일이 그리 단순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더군다나 우리에게는 적응, 수용, 덤덤함, 자기 합리화, 흐릿해짐, 망각, 전화위복, 오히려 좋아 등의 몇 가지 비기를 가지고 있다.


 나는 노안이라는 해결책 없는 노화현상에 대처하는 적응의 비기를 사용해야 할 것 같다. 멀찍이 보기, 큰 휴대폰 사용하기 등등. 글자를 키울 수 있는 e-book은 그나마 단비 같은 존재다(모든 책이 e-book으로 나왔으면 좋겠지만 그렇지는 않다). 


 다만 내 몸이 노화되고 있다는 약간의 서글픔을 치유하는 비기는 어디에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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