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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중 Mar 16. 2024

빨래하기

“나는 빨래가 힘들다”

그냥 기록된 일상

양말과 수건만 해도 빨래 주기는 금방 찾아온다. 빨래를 하기까지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나에겐 집안일 중 가장 어려운 것이 빨래다. 청소도 아니고, 설거지도 아니고 바로 빨래다. 빨래를 모아 세탁기에 넣고 버튼을 누른다. 두둥 두둥 두둥! 두둥 두둥 두둥! 빨래를 돌려놓고 티브이를 보다 보면 띠딕! 하고 빨래가 끝이 난다. 그럼 이제 두 번째 작업이다. 다 된 빨래를 건조기에 넣고 다시 한번 버튼을 누른다. 두둥 두둥 두둥! 두둥 두둥 두둥! 건조기를 돌려놓고 핸드폰을 하다 보면 띠딕! 하고 건조가 완료된다.

자! 이제 마지막 작업이다. 빨래 개기. 고난도다. 이 부분이 사실 빨래의 하이라이트다. 이쁘게 개고 열 맞춰 놓으면 순간적으로 기분이 좋다. 하지만 그게 끝은 아니다. 이제 각자의 위치로 가져다 놓아야지만 이 지긋지긋한 빨래는 끝이 난다.


난 성격이 급한 사람이다. 빠르게 일처리를 하고 즐기는 여유가 좋다. 나에게 빨래는 집안일 중 가장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는 노동이다. 티브이를 보고 핸드폰을 하는 순간에도 세탁기와 건조기가 돌아가는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나는 마음 한편에 빨래 중이라는 노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가끔 계속해서 마음에 걸리는 일들이 있다. 속 시원한 해결이 없다면 쉽사리 내 마음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이렇게 빨래처럼 장기전에 들어가야 하는 마음 쓰이는 일은 정말 고역이다. 이러한 마음도 결국 깨끗하게 씻고 건조되어 마음 한 서랍에 이쁘게 들어가야지만 끝이 난다. 하지만 이쁘게 개어 들어간다고 해도 사실 내 마음은 쉽지 않다. 왜일까? 그렇게 씻기고 건조되고 잘 개진 마음은 사실 수많은 상처가 있는 상태다.


마치 세탁기의

마치 건조기의

끊임없이 부딪히며 돌아간 세탁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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