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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론스톤 Dec 25. 2023

서울랜드에서 보낸 크리스마스 이브

4분의 스릴을 위하여 45분을 기다립니다.

  간밤에 하얀 눈이 소복하게 내려줘서 우리 가족은 설레는 크리스마스이브의 아침을 맞이하였다. 오늘 나는 크리스마스이브를 특별하게 보내기 위해서 아이를 데리고 서울랜드에 가보기로 했다. 아이가 두 돌 때쯤 지났을 때 서울대공원 동물원에 한번 데리고 갔다가 녹초가 되어버렸던 기억이 있다. 그 이후로 나는 우리 아이가 네 살이 될 때까지 큰 규모의 동물원이나 놀이동산 가는 일에 학을 떼어버렸다.

'우리 아이도 많이 컸으니 이번 크리스마스이브에는 서울랜드를 한번 데리고 가보자!'

나도 지난 1년간 산을 타며 성실히 치병을 한 탓에 체력도 좋아졌고 아이도 많이 컸기에 그런 결심이 가능했던 것이다.  우리는 아침을 토마토 수프에 바게트를 찍어먹고 서둘러 나갈 준비 하였다.

귀마개에 목도리, 장갑을 끼고 단단히 무장을 하였다. 생각보다 차도 그리 밀리지 않아서 김포에서 서울랜드까지 50분 만에 도착하였다. 서울대공원에서 출발하는 코끼리 열차가 운행을 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서울랜드 입구까지 아이와 걸어서 올라가야 했다.

 '아뿔싸! 유모차를 챙겨 왔어야 했는데! 이런!' 나는 지난 두 돌 때 서울대공원 동물원에서 고생했던 일을 그 사이 다 까먹었나 보다. 놀이동산 투어시 필수품인 유모차를 집에 고이 두고 온 것이었다.

남편과 내가 번갈아가며 아이를 안고 올라왔다.

 하얀 눈이 내린 크리스마스이브를 보내기 위해서 아이와 함께 서울랜드를 찾은 가족들이 무수히 많았다.

우리 아이는 서울랜드 입구에 도착하자 입구 너머로 보이는 놀이기구들을 보고 흥분하며 뛰어갔다.

화려한 트리와 예쁜 캐릭터 포토존들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아이는 그런 것보다는 유령의 집을 가고 싶다고 야단이었다. 우리 아이는 어릴 때부터 겁이 없고 모험심과 호기심이 많은 행동파였다. 나는 서울랜드에 유령의 집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아이에게 오면서 유령의 집에도 가보자며 아이의 상상력을 자극시켰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서울랜드에는 유령의 집은 없었다.

 우리 아이는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범퍼카를 타겠다며 범퍼카로 달려갔다. 줄이 그렇게 길지는 않아서 금방 우리 순서가 찾아왔다. 이리 쿵! 저리 쿵! 박아대며 신나게 범퍼카를 탔다.

서울랜드는 많은 아이들이 먹여 살리고 있는 것 같았다. 아이들이 없다면 서울랜드의 존립도 어려울 것이다. 지금처럼 한국이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국가의 존립도 위기를 맞고 있는 마당에 서울랜드도 위기의식이 클 것이다. 머지않은 미래에 곧 닥쳐올 '아이들이 없는 세상'을 대비하여야 할 것이다.

아이들로 북적거리는 서울랜드는 마치 이곳에는 위기나 암흑기는 오지 않을 것만 같은 황금기를 즐겁고 화려하게 맞이한 것 같았다. 우리 아이는 키가 이제 겨우 103cm라서 탈 수 있는 놀이기구는 한정되어 있었다.

 아이는 다음으로 공룡동굴에 들어가서 공룡 체험을 하였다. 공룡알과 거대한 공룡들이 포효하고 있었다.

모래를 파면 공룡뼈가 나오는 모래놀이체험도 할 수 있어서 아이가 한참 동안 삽으로 모래를 퍼내며 놀았다.

공룡 동굴에서 나오면서 귀여운 공룡 모자도 기념으로 하나 사주었다. 소극장에는 줄이 너무 길게 서있어서 패스하고 지나왔다. 우리 아이는 레일 위에서 타는 자동차 놀이기구를 타겠다며 타는 곳으로 달려갔다.

'줄이 길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다.' 나는 아이가 이렇게 줄이 길지 않은 곳을 선택할 때마다 속으로 안도의 숨을 내쉬곤 했다. 우리 아이는 연두색 지프차에 타서 핸들을 잡았다. 잠시 후 안내원의 점검이 끝나고 출발한다는 방송이 시작되었다. "우리 친구들! 이제 곧 자동차가 출발합니다. 빵빵! 엄마, 아빠 안녕!" 안내원의 기계적인 출발 방송이 마이크를 통해서 울려 퍼졌다.

 천진난만하게 놀이기구를 타며 즐거워하는 아이를 보니 아이의 행복이 내게로 고스란히 전해졌다. '저게 뭐라고 우리 아이는 저런 자동차 타는 걸 저렇게 재미있어할까? 나도 어렸을 때 놀이동산을 그렇게 좋아했었나?' 그러고 보니 어렸을 때 내가 놀이동산을 그렇게 좋아했었는지 안 좋아했었는지조차 가물가물했다.

나는 고소공포증이 있어서 친구들과 놀이동산에 와서도 스릴이 넘치는 롤러코스터 같은 것은 타 본 적도 없었다.

 어릴 때의 기억을 더듬어보니 엄마와 어린이전용 청룡열차를 타며 얼굴이 샛노랗게 질렸던 기억이 떠올랐다. 나도 어린 시절 엄마, 아빠와 함께 서울랜드에 와서 커다란 만화 캐릭터 옷을 입은 캐릭터들과 사진을 찍었던 기억들이 흐릿하게 떠올랐다. 당시에 어린 나는 그런 캐릭터들을 멀리서 호기심 있게 바라보았지만 가까이 내게 다가오는 것은 싫었던 것 같다. 엄마가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캐릭터들을 기어코 불러서 데려왔을 때 어린 나는 너무 낯설고 무서워서 엉엉 울었다. 그런 나와는 반대로 우리 아이는 상당히 개방적이고 도전적이며 친화적인 성향이 있는 것 같다.

 아이가 추로스를 사달라고 하길래 추로스를 하나 사주었다. 길쭉한 추로스 하나에 4천 원이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터무니없는 가격이었다. 역시나 맛도 영 별로였다. 평소 나라면 결코 저런 터무니없는 가격에 영양가 없는 간식을 사려고 지갑을 여는 일은 없었을 테지만 오늘은 크리스마스이브고 서울랜드에 왔으니 지갑을 열기로 했다. '저 길쭉하고 얇은 밀가루 반죽 한 조각에 설탕이랑 계핏가루 조금 들어갔는데 저게 4천 원이라니.' 아이는 세 번 깨물어 먹고는 맛없다며 추로스를 내게 건네주었다.

그 맛없는 추로스 따위는 나도 별로 먹고 싶지 않았다. 배가 고팠던 남편이 어찌할 수 없이 우걱우걱 아이가 남긴 추로스를 먹었다.

 우리는 다음으로 4D 체험관으로 갔다. 4D안경을 쓰고 상영관 의자에 앉았다. 그랜드 캐년으로 떠나는 모험이 시작되었다. 롤러코스터를 타고 광산을 엄청난 속도로 내달렸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나였지만 4D 롤러코스터쯤은 나도 탈 수 있었다. 우리는 스크린 속에서 용암 바다를 지나서 달려오고 달리는 기차와도 부딪치며 아찔한 순간들을 마주하였다. 그럴 때마다 의자가 좌우로 흔들리며 빛이 번쩍이다가 바람이 칙! 하고 뺨으로 뿜어져 나왔다. 나와 남편이 우리 아이보다 더 호들갑을 떨며 4D 체험에 몰입되어 있었다. 아이는 오히려 의젓하고 아무렇지도 않았다. 아이가 있다 보니 이렇게 일상의 역동적인 변화가 생긴다. 아마 아이가 없었다면 고소공포증이 있는 나는 죽을 때까지 결코 놀이동산에 오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 아이는 4D가 너무 재미있었다며 또 체험하고 싶다고 했다. 대기하는 줄이 너무 길어서 다음에 오면 또 하러 가자고 하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였다. 빙어 잡기 체험도 아이가 너무 하고 싶어 했지만 줄이 너무 길었다.

 오후 2시가 넘어가자 나와 남편은 허기를 참을 수가 없었다. 순두부국을 파는 식당이 나의 눈에 들어왔다. 우리는 순두부국을 주문해서 먹고 놀기로 했다. 순두부 식당에 불이 난 것 같았다. 사람들이 꽉꽉 들어차 있고 주문이 끊임없이 들어오느라 주방에 이모님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실내에서 자리를 잡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우리는 그냥 야에 테라스에서 먹기로 했다. 다행히 정오의 햇살이 따뜻해서 생각보다 그렇게 춥지는 않았다. 뜨끈한 순두부국을 한 그릇 먹고 나니 다시 힘이 나서 아이와 서울랜드 2부를 찍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우리는 빙어 잡기는 패스하고 썰매를 타러 갔다. 유아썰매장과 청소년, 성인 썰매장으로 슬로프가 따로 나뉘어 있었다. 유아 슬로프 대기줄도 너무 길었지만 아이가 너무 타고 싶어 해서 줄을 서서 기다리기로 했다. 유아 전용은 슬로프 경사가 낮아서 썰매 속도도 빠르지 않고 비교적 안전하게 눈썰매를 즐길 수 있었다.

우리는 한참을 기다린 끝에 드디어 우리의 순서가 되었다. 나는 아이를 뒤에서 안고 줄을 잡고 썰매를 탔다. "120cm 이하의 아이들은 보호자 동반 하에 탑승가능하다는 점 양지해 주시기 부탁드립니다."

안내원의 안내에도 고집을 피우며 120cm 이하의 어린 자녀를 혼자 태우려는 보호자들이 있었다.

그럴수록 썰매를 출발시키는 시간이 지체되어 순서를 기다리는 부모와 아이들의 마음은 애가 탔다.

 우리는 드디어 하얀 눈밭을 가르며 썰매를 타고 내려갔다. "출발~! 씽씽~!"우리 아이는 너무 재미있어서 한번 타고 내려오는 것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 긴 줄을 또다시 기렸다가 타기에는 하루가 너무 짧았다.

 썰매장 옆에 키즈랜드라는 실내 놀이시설이 있었다. 한번 입장하면 50분씩 이용할 수 있는 곳이었다.

우리 아이는 물 만난 물고기처럼 동그란 타워를 유격 훈련하듯 엎드려서 꼭대기까지 단숨에 올라갔다.

아이는 꼭대기에서 꼬불꼬불한 미끄럼틀을 타고 단숨에 내려왔다.

갑자기 아이가 울상이 되어 내게 뛰어왔다."엄마! 똥 마려워요! 못 참겠어요!" 나는 재빠르게 가방을 메고 아이 패딩 점퍼를 챙겼다. 안내원에게 달려가서 "화장실이 어디 있을까요?" "실내에는 없습니다. 나가셔서 오른쪽 편에 화장실이 있습니다." 나는 신속하게 아이 신발을 신기고 나도 운동화를 신고 아이를 번쩍 안아서 화장실까지 빠른 걸음으로 걸어갔다. 다행히 멀지 않은 곳에 화장실이 있었다. 혹시라도 아이가 팬티에 똥을 싸게 되는 끔찍한 상황을 막기 위해서 화장실을 찾고 들어가는데 집중하였다. 우리 아이는 너무나 대견하게도 잘 참고 기다려줬고 화장실에 도착하자마자 변기에 정말 큰 변을 시원하게 누었다.

 나는 위기의 순간을 잘 넘기고 긴 숨을 돌렸다. 우리 아이는 다시 키즈랜드로 들어와서 남은 시간을 요리조리 휘저으며 다녔다. '분명히 이렇게 실내 놀이 시설에서는 유격 훈련하듯 온갖 장애물들을 올라갔다가 내려갔다가 하며 다람쥐처럼 뛰어노는데 왜 평지를 걸어 다닐 때는 다리가 아프다고 안아달라고 하는 것인지 이해가 안 되었다." 키즈랜드의 50분이 5분처럼 순식간에 흘러갔다. 우리는 그렇게 서울랜드 한 바퀴를 돌았다.

 그리고 두 바퀴를 돌면서 우리 아이는 터닝매카드를 타고 싶다며 그 길고 긴 줄에 합류하였다. 나는 이게 도대체 뭐라고 이걸 타기 위해서 줄을 서가면서까지 시간과 돈을 바쳐서 기다리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이가 원하기에 인욕바라밀을 닦으며 줄에 합류하여 순서를 기다렸다."엄마! 우리 언제 터닝매카드 타? 왜 이렇게 오래 걸려?" 지루하고 긴 기다림에 아이가 징징대기 시작했다. "이거 정말 오래 기다려야 간신히 탈 수 있을 것 같은데, 우리 그냥 다른 거 타러 가면 어떨까?"나는 터닝매카드를 30분쯤 기다리다가 아이를 꼬시기로 했다. "싫어! 탈 거야." 우리 아이의 대답은 단호하고 명료했다. 약 45분쯤 기다리고 나서야 우리 순서가 다가왔다. 터닝매카드는 동그란 터닝매카드 의자에 앉아서 페달을 밞으면 레일을 타고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는 놀이기구였다. 아이와 나는 안전벨트를 하고 안내원의 방송과 함께 드디어 출발하였다. 나는 열심히 페달을 밟았다. "이거 놀이기구가 아니라 하체운동하는 헬스기구네! 엄마 허벅지 네 덕분에 꿀벅지 되겠다." 레일의 끝으로 갈수록 허벅지에 불이 나는 것 같았다.

그래도 그간 산을 타며 기초체력을 쌓았기에 이 정도는 거뜬하게 해낼 수 있었다. 다만 고소공포증이 있어서 그 높이에도 나는 심장이 벌렁벌렁거렸다."아빠랑 같이 타지 그랬어. 엄마는 이런 거 무섭단 말이야." 나는 아이에게 엄마는 너와는 다른 성향의 사람이라는 걸 알려주었다. 그러나 우리 아이는 나의 성향은 나의 성향일 뿐 자신의 기호가 더 중요하였다. "싫어. 엄마랑 타는 게 나는 좋아." 그렇게 4분 만에 터닝매카드 드라이브가 끝이 났다. 4분을 위해서 45분을 기다리는 정성과 마음을 생각해 보았다. 4분이 그토록 특별해지는 이유는 45분간의 긴 기다림이 만들어낸 것이었다. 이번에는 아이가 구름빵이라는 놀이기구를 타러 갔다. 구름빵 동화책 콘셉트로 만든 놀이 기구였다. 구름빵에 나오는 고양이가 아이들을 태워서 하늘 높이 올라갔다가 내려왔다가를 반복하는 놀이기구였다. 말하자면 사방이 뚫린 엘리베이터 같은 것이었다. '우리 아파트에서 타는 엘리베이터랑 크게 다를 게 없는데...... 같은 물건이더라도 어디에 놓이고 어떻게 쓰이냐에 따라서 이렇게 다른 결과와 반응이 나오는 것이구나.' 나는 이 구름빵 놀이기구를 보면서 평상시에 매일 보고 매일 쓰는 같은 물건이더라도 다시 보고 낯설게 볼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단순히 오르락내리락하는 엘리베이터가 이렇게 구름빵 놀이기구로 전환되는 순간 완전히 다른 의미와 재미가 생겨났다.

 구름빵 놀이기구를 타고 나와서는 아이와 앨리스의 원더랜드에 들어갔다. 환상적인 거울벽을 지나서 울퉁불퉁한 바닥을 걸어가며 시계토끼를 쫓아갔다. 삐딱한 다리를 지나고 비스듬해서 쓰러질 것 같은 공간을 지나가니 정말로 어질어질했다. 공간을 살짝 비튼 것뿐인데 이렇게도 낯설고 재밌고 환상적인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어떤 분이 기획하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어른들에게도 신선함을 안겨주는 곳이었다. 우리  아이는 앨리스의 원더랜드가 너무 좋았는지 몇 번이고 또 들어가 보자고 하여 그곳을 3번이나 들어갔다가 나왔다. 그렇게 아이와 환상적인 크리스마스이브가 저물어갔다.

 오후 6시가 넘어가자 광장에서 뮤지컬이 시작되었다. 사람들이 모여있어서 무대가 보이지 않았다. 아이를 목마를 태워서 보여주고 싶었지만 저녁이 되니 제법 춥고 또다시 배가 고파졌다. 아이가 입을 하마처럼 크게 벌리고 하품을 했다."졸리지? 낮잠도 안 자고 온종일 걸어 다니고 뛰어다니며 놀았으니 얼마나 피곤하실까?"우리는 마지막 코스로 장난감을 파는 상점에 들어갔다. 아이는 멋진 파워레인저 칼을 골랐다. '비싸지 않은 걸 골라줘서 고맙다. 착한 우리 아들!' 아들이 비교적 저렴한 장난감을 골랐다. 한국에서 돈 쓰는 계층은 kids와 silver 계층뿐인 것 같다. 나머지는 그들을 위해서 열심히 벌고 부유하며 현실에 살고 있는 것 같다. 이 극한의 갭 속에서 부유하거나 표류하지 않고 나답고 개성 있게 주어진 상황을 잘 개척해 가며 살고 싶었다. 아이가 파워레인저 칼을 휘두르고 있을 때 나는 이 세상에 어떤 메아리를 던질 수 있을지 생각해 보았다.

 우리는 코끼리열차를 타고 서울대공원역까지 편안하게 왔다. 아이는 차를 타고 출발하자마자 그대로 카시트에서 잠이 들어버렸다. 나도 아이 옆에서 오는 내내 꾸벅꾸벅 잠을 잤다. "집에 다 왔어요." 아파트 앞에 다 와서 남편이 나를 깨웠다. "깜빡 졸았네. 벌써 다 왔어? 고생했어." 잠든 아이를 안고 집으로 올라와서 침대에 눕혔다. 남편과 나는 너무 배가 고팠지만 저녁을 차리려고 하니 오늘 하루의 피로가 어느새 하얀 눈처럼 소리 없이  어깨에 소복하게 쌓여있었다. 우리는 감자를 구워 먹는 것으로 저녁을 대신하기로 했다.

나는 흙 묻은 알감자 10개를 꺼내어 깨끗이 닦아서 에어프라이어에 구웠다.

감자 굽는 냄새가 주방에 기분 좋게 퍼졌다. 나와 남편은 모락모락 김이 나는 감자를 호호 불어가며 정말 맛있게 먹었다. 파실파실하고 따끈한 감자와 함께 크리스마스이브의 밤이 그렇게 깊어갔다.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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