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샤론스톤 Jan 19. 2024

얼마만에 보는 별인가.

아들한테 맞으면 정말 아프다.

어제는 아이에게 왼쪽 눈탱이를 제대로 맞았다. 눈을 질끈 감고 양손으로 감쌌는데 반짝반짝 별이 보였다. 

아들을 키우는 엄마는 이렇게 언제든 맞을 각오가 되어있어야 했다. 얼마 만에 보는 별인가. 

나는 그 별을 처음으로 본 게 아이 돌 무렵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때에도 눈탱이가 얼마나 아팠던가. 

나는 아이의 행동반경을 예측할 수 없었기에 피할 수도 없이 그대로 아이의 날쌔고 다부진 손에 눈탱이를 맞아야만 했다. 


아이와 나는 아이패드로 학습지 콘텐츠를 보고 있었다. 고단한 하루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소파에 누워서 쉬고 싶었기에 나는 누운 채로 아이패드를 켜주었고 아이는 내 곁으로 와서 아이패드를 터치하고 있었다. 아이가 자꾸 아이패드에 터치를 하며 장난을 치길래 내가 다음 스텝으로 넘어가려고 터치를 했다. 

아이는 내 손을 저지하며 터치를 하다가 나의 왼쪽 눈을 세게 치게 되었다. 

아이도 고의가 아니라 실수였기에 엄마가 아파하는 모습을 보고 적잖이 당황한듯했다. 

나는 눈이 정말 빠지는 것 같았다. 발을 동동 구르며 양손으로 눈을 부여잡고 신음했다. 

아이는 벌써 저만치 서서 아픈 엄마가 걱정되었는지 "엄마, 미안해. 엄마......"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이미 화가 정수리까지 부글부글 끓어올라서 스팀이 퐉퐉 올라와서 뚜껑이 열릴락 말락 달그락거리고 있었다.  

"야! 이 놈의 스키야!" 

나는 소리를 빽 질렀다.

"엄마 눈 빠질 뻔했잖아! 넌 늘 행동이 왜 이렇게 과격하고 부주의한 거야? 도대체 이런 일이 벌써 몇 번째야? 응?"

나는 아이 머리에 제법 단단한 꿀밤을 줬다. 아이는 엉엉 울었다.

"으앙! 엄마 나빠! 엄마 미워!"

나는 우는 아이를 뒤로한 채 화장실로 가서 눈을 뜨고 거울을 바라보았다. 왼쪽 눈이 빨갛게 충혈이 되고 계속 눈물이 주룩주룩 흘러내렸다. 눈이 잘 떠지지도 않고 각막에 상처가 난 것인지 통증이 느껴졌다.

"하......" 이런 일이 정말 많았던지라 나는 아이의 행동을 순발력 있게 잘 피하거나 막는데도 이번에는 

정말 순식간에 일어나 버렸다.

나는 문을 잠그고 안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누웠다. 왼쪽 눈에서 눈물이 계속 줄줄줄 흘러내렸다. 

아이는 잠긴 문고리를 잡고 위아래로 돌리며 엄마 미안하다며 문 열어달라고 엉엉 울어댔다. 

결국 나는 문을 열어주었다. 

"엄마! 미안해요. 내가 호 해줄게요. 엄마......." 우리 아이는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며 내게 사과를 하며 호 해주겠다고 곁으로 왔다. 아이가 실수로 한 것이라도 나는 화가 났다. 항상 다치게 되면 나는 각막이 찢어질 정도로 다쳤다. 나는 아이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친구들과 놀다가 이런 과격하고 부주의한 성향으로 말미암아 정말 사고를 일으키는 것은 아닌지 한편으로 걱정이 되었다. 다행히 아직까지 정도의 사건 사고는 없었지만 우리 아이의 성향을 고려해 봤을 미래에 일어날 확률이 낮지 않았다.

"엄마 아프니까 저리 떨어져 있어. 저리 가."

나는 곁으로 오는 아이를 밀쳐냈다. 아이는 아랑곳하지 않고 내 배를 배게 삼아서 머리를 대고 누웠다. 

"하......"

아이는 오늘 낮잠을 못 잤는지 금방 내 가슴팍에서 그대로 잠이 들었다.

나는 아이를 옆으로 누이고 이불을 덮어준 뒤 거실로 나왔다. 

'왼쪽 눈 두 덩이에 계란이라도 굴려줘야 하는 것일까.......' 지난번 눈을 다쳤을 때 받아둔 결막염 안약이 있어서 안약을 꺼내서 눈에 넣었다. 


남편 저녁을 차려줘야 하는데 한쪽 눈이 아프니까 영 불편하고 걸리적 걸렸다. 

눈물을 줄줄 흘리며 저녁을 준비했다. 오후 7시쯤 남편이 퇴근하고 집에 왔다. 남편에게 오늘 아이에게 왼쪽 눈을 맞은 이야기를 했다. 남편은 아이에게 맞아봤자 뭐 얼마나 아프겠냐는 생각이었는지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그러나 아이에게 맞아도 나이와 상관없이 정말 아프다. 우리 아이는 정력이 좋은 것인지 힘도 셌다.

그날 저녁은 그렇게 눈물을 줄줄 흘리며 아픈 눈을 껌벅껌벅거리다가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났는데도 여전히 눈이 뻑뻑하니 통증이 느껴졌다. 그래도 어제에 비하면 조금 나아진 듯했다. 거울을 보니 눈이 여전히 빨겠다. '오늘은 안과에 가봐야 하나? 하......' 나는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평소처럼 문수산으로 갔다. 산책을 하며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돌아오니 오후에는 눈이 많이 좋아졌다.

내가 어디 가서 맞고 다니는 사람이 아닌데 이렇게 가끔 4살 아들에게 맞고 다닌다.

야생의 아들을 키우는 엄마의 애로사항이다. 이열치열이라는 말처럼 뜨거운 계절에는 뜨거운 음식으로 보양을 하듯이 우리 아들의 뜨거운 야생은 뜨거운 야생성으로 다뤄야겠다고 생각했다. 

겨울이 지나고 나면 아들의 야생성이 잘 발산되고 가다듬어지도록 산으로 데리고 다니며 훈련을 좀 시키기로 했다. 이것이 자연치유인생을 살아가는 엄마의 양육방식이다. 

이미 우리 아들은 작년 가을에 나를 따라서 악산도 경험해 봤다.

올해에는 한 살 더 먹었으니 어미를 더 잘 따라올 것이다.

"가자! 아들아! 어흥~!"

   

  


작가의 이전글 물아일체가 몸소 이해되는 시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