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을 들어주는 마법 보자기
엄마에게도 마법사가 필요해!
"수리수리 마수리 감기에 걸려라! 얍!"
나는 황금빛 보자기를 휘두르며 보자기를 콧물로 만들었다.
"에취~! 에취~! 아이코! 엄마가 감기에 걸렸나 봐! 콧물이 이렇게 많이 나왔네? 콧물 좀 닦아줘~제발!"
나는 보자기를 코 밑에 대고 재채기를 해대며 아이에게 콧물을 닦아달라고 했다.
"푸하하하하하 너무 웃껴~~!크크크큭 콧물 내가 닦아줄게요!"아이는 콧물을 닦아주겠다며 보자기를 잡아당겨버렸다. 우리 아이는 이런 엄마의 유치하고 저급한 마술쇼가 어찌나 재미있는지 배꼽을 잡고 깔깔깔 폭소를 한다.
"원하는 걸 말씀하시면 마법 보자기가 마법을 부려 소원을 들어줄 겁니다. 무엇을 원하시나요?"
나는 아이에게 이렇게 물으며 마술쇼를 이어갔다.
"씽씽카!" 아이는 내게 씽씽카를 주문하였다.
"오~! 씽씽카~? 알겠습니다. 수리수리 마수리 씽씽카 나와라~! 얍!"나는 마법 보자기를 휘황찬란하게 흔들며 아이의 싱크대 쪽으로 가서 손에 잡히는 대로 뭔가를 집어서 보자기 속에 숨겼다.
"오~! 마법 보자기가 씽씽카를 보내줬나 보군요~! 어디 한번 보자기를 펼쳐 볼까요~? 짠!"
나는 보자기를 펼쳐서 아이가 볼 수 있도록 물건을 떨어트렸다.
우리 아이는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쇼에 몰입되어 있었다.
"토마토잖아? 뭐야? 푸하하하하하"
아이는 주문한 씽씽카를 기대했을 텐데 엉뚱한 토마토가 나온 걸 보고도 재미있었는지 깔깔깔 웃어댔다.
"오잉? 이상하네? 마법 보자기가 왜 이러지? 이런 적이 없었는데..... 미안해요! 다시 마법을 걸어보죠. 수리수리 마수리 씽씽카 나와라~! 얍!"
이번에도 나는 아이 싱크대에서 손에 잡히는 대로 아무거나 집어서 보자기에 숨겼다.
"오~! 이번에는 정말 씽씽카인 것 같아요! 어디 한번 볼까요? 짠!"나는 보자기를 펼쳐서 숨겼던 물건을 바닥에 떨어트렸다.
"브로콜리잖아! 푸하하하하하 너무 웃겨! 크하하하하하"
아이는 엄마의 마술쇼가 그렇게도 재미있는지 배꼽이 빠져라 웃어댔다.
내게 아이를 웃게 할 수 있는 재능이 있다니 갑자기 나는 세상에 가장 좋은 엄마가 된 것 같았다.
우리 아이는 엄마가 바보가 되거나 유치 찬란해질 때 가장 행복해 보였다. 앙코르를 요청하는 우리 아이 앞에서 한참을 마술쇼를 하고 났더니 허기가 졌다.
"오늘 마술쇼는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다음에 또 만나요. 안녕~!"
아이는 아쉬웠는지 이번에는 자신이 마술쇼를 하겠다며 보자기를 흔들어대며 내게 칼, 총, 자동차, 곶감 등등의 온갖 장난감들을 주문받아 마술을 부렸다.
나는 마술을 부리는 아이의 모습이 너무 사랑스럽고 예뻐서
너무 재미있는 꼬마 마술사라며 깔깔깔 폭소를 하며 웃었다.
"이제 엄마는 점심을 먹어야겠다. 너랑 마술쇼하고 놀았더니 배가 고프네? 너도 배고프지? 밥 먹자!"
아이는 끊임없이 놀고 싶을 뿐이지 밥 먹을 생각은 없었다.
아이의 에너지를 더 빼놔야 밥을 먹겠다 싶었다.
"좋아. 그럼 이번에 귀신놀이 삼세판하고 밥 먹는 거다?"
"좋아! 재밌겠다!"
나는 마술쇼하던 보자기를 접어서 눈을 가리고 묶었다.
"엄마가 귀신이야. 앞을 가려서 보이지 않으니까 소리를 내면 소리를 듣고 널 잡으러 갈 거야. 하나, 둘, 셋! 시작!"
나는 보자기로 두 눈을 가리고 아이를 찾으러 더듬거리며 움직였다.
"메롱, 메롱~! 여기에 있지! 잡아보시지~!"
"여기서 소리가 들렸는데...... 여기에 있군?"
앞이 보이지 않으니 청각과 후각에 의존하여 방향을 찾아야 했다. 나는 개처럼 킁킁거리며 우리 아이 살냄새를 맡고 소리가 들리는 쪽을 기가 막히게 찾아갔다.
"잡았다!"
아이는 엄마 귀신한테 잡히고도 재밌는지 한참을 깔깔거리고 웃어댔다.
귀신 놀이는 경찰과 도둑 놀이에 비하면 엄마의 체력소모가 적은데 비해서 아이의 체력소모는 컸다. 또 아이가 너무 즐거워하고 재미있어했다.
그렇게 귀신놀이를 하고 아이와 점심을 차려 먹었다.
점심을 먹고 나자 오후 2시가 조금 넘었다.
아이는 이제 더 이상 낮잠도 안 잔다.
'오후 8시까지 저 에너지 넘치는 아이와 뭘 하고 놀아줘야 하나......'
난 1부에서 이미 지쳐버린 것 같았다. 우리 아이는 날이 추워서 야외 놀이터에서는 놀지 않으려 했다. 야외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도 없었다.
"엄마랑 산에 갔다 올까?"
"아니! 싫어! 산 싫어!"
'너무 어릴 때부터 산을 데리고 다녀서 벌써 산이 질렸나......'
나는 아이를 데리고 김포공항 롯데몰로 갔다.
아이는 뽑기를 할 거라며 할아버지가 주신 오백 원짜리 동전을 가방에 챙겼다.
롯데몰 GF층 에스컬레이터 쪽에는 뽑기와 오락기가 있다.
나는 어지간해서 아이가 뽑기 하는 것을 허용해주지 않는데 할아버지는 마음껏 뽑기를 하게 해 주니까 할아버지네 가서 동전을 받아가지고 오는 것이었다.
그래서 오늘은 그 돈으로 뽑기를 하도록 허락해 주었다.
주말이라 사람들도 많고 아이들을 데리고 온 엄마, 아빠들이 많았다. 자동차 게임은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제일 먼저 줄이 짧은 물총게임으로 갔다. 물총을 조종하여 티라노를 무찌르는 게임이었다. 천 원을 넣으면 5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 동안 티라노를 무찌르는 희열을 느낄 수 있다.
아이는 이것만 2번 하였다. 다음으로 낚시 게임을 했다.
전기충격으로 작은 물고기와 상어도 잡아 올리고 커다란 자라도 잡아 올릴 수 있는 게임이었다. 순식간에 게임이 끝나고 다른 돈도 다 썼다.
이번에는 아이가 MF층에 있는 챔피언 키즈카페에 가자고 했다. 아이와 챔피언으로 갔다. 챔피언에 아이들이 바글바글했다. '챔피언은 돈을 쓸어 모으는구나.....'나는 할인쿠폰 5천 원을 사용하여 24000원에 결재를 하였다. 챔피언은 미끄럼방지 양말을 신어야 입장이 가능했는데 양말값만 3천 원이 따로 추가되면 2시간에 3만 원이 넘었다. 아이가 둘이라면 6만 원이었다.
주말에는 거의 키즈카페에 왔다 가는데 한 달 키즈카페 비용만 하더라도 17만 원은 훌러덩 빠져나갔다.
아이는 2시간 동안 챔피언을 휘저으며 신나게 에너지를 방출하였다. 2시간을 그렇게 뛰어놀고도 다시 GF층에 있는 실내놀이터에서 놀고 가겠다고 야단이었다.
실내 놀이터도 아이들로 만원이었다. 그 틈에서 우리 아이는 1시간을 더 놀았다. 아이가 노는 동안 아이 운동화를 사주려고 운동화 매장에서 신발을 보았다.
발이 어찌나 빨리 크는지 운동화가 한 해 신으면 작아졌다.
아이들 운동화는 크기도 작고 그만큼 재료도 적게 들어갈 텐데 가격은 성인 운동화랑 그다지 차이가 없거나 어떤 건 더 비쌌다. 우리 아이는 결국 제일 비싼 아이언맨 운동화를 골랐고 그것만 신겠다고 생떼를 피웠다.
운동화 한 켤레를 사서 1층으로 올라왔다.
1층 영화관에서 팝콘 하나를 사서 품에 안겨주었더니 배가 고팠는지 바사삭 바사삭 팝콘을 맛있게도 씹어먹었다.
오후 6시 30분이 되어서 차를 태워서 집으로 출발했다.
아이는 뒷좌석에서 바스삭 바사삭 팝콘을 맛있게 씹어먹는가 싶더니 어느새 조용해졌다.
얼마나 피곤했는지 팝콘을 입에 물고서는 잠이 들어버렸다.
"휴....."
나는 아이가 먹다 남긴 팝콘을 가지고 와서 바사삭 바스삭 씹어먹으며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도착하여 잠든 아이를 눕히고 시계를 보니 저녁 7시였다.
오늘 일 보고 늦게 들어온 남편은 미안해하는 눈치였다.
"저녁은 알아서 챙겨 먹어. 나도 오늘 하루 아이랑 노느라 지쳤으니까."
나는 아이가 먹다 남긴 팝콘으로 배를 채우고 그대로 소파에 벌러덩 누웠다.
남편은 조용히 반찬들을 꺼내서 누룽지를 끓여 저녁을 먹었다.
주말이 보통 이렇게 면치기 하듯 후루루룩 지나간다.
고요한 밤, 글을 쓰고 있는데 방문이 빼꼼 열렸다.
뒤를 돌아보니 아이가 깨서 이불을 들고 문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헉!깼어?지금 깨면 안 돼! 9시 40분이야! 얼른 가자~엄마랑 자자."
나는 불을 전부 다 끄고 아이를 재우러 아이 방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나는 아이와 함께 잠이 들었다.
수리수리 마수리 황금빛 보자기에 주문을 걸며 내게도 소원을 들어주는 마술사가 있으면 좋겠다.
마술사님! 일요일에는 저를 노키즈존으로 데려가 주세요!제발요~!
"수리수리 마수리 얍! 일요일에는 노키즈존으로~! 뾰로롱"
엄마에게도 노키즈존 일요일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