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7: 솔로몬도 울고 갈 문제
짜잔. 왜 이렇게 거창하게 시작할까?
그 이유는 오늘부터 밥 공장에서 사역을 시작하게 되었기 때문이지. 앞으로 한 주 동안은 사정없이 먹어대기만 하면 되니까 비록 일은 고되어도 벌써 뱃속에서 덩실덩실 난리가 났다고.
공장 입구를 통과하니 뿌연 안갯속에서 흰 가운이 점점 다가오는 거 있지. 드디어 짬장 아저씨의 등장. 짬장이 말하길, 나더러 국통을 나르라는 거야. 내 군번에 국통이 웬 말이냐 싶었지만, 가(까)라면 가(까)야지 별 수 있나. 국통은 지하에 있다고 해서 내려갔더니, 와~ 은빛을 반짝이며 김을 뿜어대고 있는 밥 찜통과 국통, 그리고 여러 가지 통들이 즐비한 거야. 저런 거 하나만 있어도 밥장사하는 건 식은 죽 먹기겠어. 3년 치 월급을 가불 해서 장만할 수 없을까? 운송비는 댈 수 있는데. 쩝.
본격적으로 사역 시작. 천하장사 강호동 밥그릇의 두 배쯤 되는 국자로 국을 퍼서 바퀴 달린 국통에 담은 후, 소형 엘리베이터에 넣고 위층으로 올리면 운동장만 한 식당이 눈앞에 펼쳐지지. 국통 다음은 밥이야. '다단식 취사세트'에서 커다란 밥판을 꺼내서 밥 전용 대야에 담은 뒤 2인 1조로 날라야 하는데, 아이고 무게가 장난이 아니야. 온도는 또 얼마나 뜨거운지 내려놓기가 무섭게 수도를 향해 달려가서 수도꼭지에 손을 대고 쏴아. 화상 안 입은 게 용할 따름이야. 앞으로 한 주가 깜깜하다.
반찬까지 운송을 마치면 '아기다리고기다리던(아 기다리고 기다리던)' 배식! 선임하사 몰래 닭튀김 하날 슬쩍. 우와 살살 녹는다 녹아. 그러다가 한 대 쥐어박히고. 쳇, 지들은 식판 하나 가득 담아 가면서, 우리 보고는 배식 잘 못하면 알아서 하라는 둥 잔소리만 늘어놓다니. 으이구, 끓는다 끓어! 저러니 엉덩이에 살만 뛰룩뛰룩 찌지. 그러나 저러나 '작전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받아도 배식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받지 못한다'는 말이 있던데, 비록 말단 훈련병이지만 국통을 사수하는 책임자로서 모자라지 않게 잘 나누어 줄 수 있을까? 잔뜩 기대하고 있는 같은 소대 동기들의 눈에서 쉴 새 없이 텔레파시가 발사되어 온다.
"야, 알지? 건더기 많이 주라. 오케이?"
누군 안 주고 싶어서 안주나? 옆에 선임하사가 딱 버티고 섰는데 어떡해. 오, 주여. 저에게 솔로몬의 지혜를 주소서. 배식에 성공하게 하소서. 아멘.
식사를 마치고. 남들은 다 쉬는 시간인데 이게 뭐람. 짬통에 짬빱(잔밥=남은 밥)을 짬 시키고, 빨랫비누로 설거지. 환경보호 차원에서 퐁퐁은 안 쓴다지 아마? 트리오도 마찬가지고. 군대에서까지 환경을 생각할 정도니 오염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만하다. 그건 그렇고, 시간이 얼마나 됐나? 이런. 오후 학과 출장 집합이 7분밖에 안 남았다니. 후다닥 식기 반납하고 검사를 받은 후 줄달음질. 겨우 내무반에 들어와 잠시 앉아 있는 것도 잠시, 나를 부르는 호루라기 소리. 호르르르륵. 지겨운 저 소리. 그래 결심했어. 정직하게 얘기하는 거야.
"나 오늘 안 나갈래. 왜? 피곤하니까!"
하지만, 내무반 입구에 드리우는 내무반장의 공포스러운 그림자를 본 순간, 뇌리를 스치는 배경음악과 함께 자동으로 반응하는 내 몸뚱이.
"(전략) 잊자 잊자 오늘만은 미련을 버리자
울지 말고 그래 그렇게 다 함께 차차차"
- 「다 함께 차차차」 / 1991년 6월 1 발매 / 김병걸 작곡, 이호섭 작사, 설운도 노래 -
아니 나가진 못하리라~ 차차차.